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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한국 유통 생태계’ 어떻게 바뀌나

지역화폐 등 핵심 정책들 속속, 온·오프 변화도 속도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국가가 주도하는 핵심 정책들이 바뀌고, 국정을 주도하는 인사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 출범은 한국 리테일 산업에 어떤 변화로 이어지게 될까.

특히 유통 산업은 새 정부의 민생 중심 정책과 규제 강화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번 추경안으로 리테일 산업에 가장 즉각적인 파장을 미칠 정책은 지역화폐다. 실제로 정치인 이재명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지역화폐가 본격적인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추경을 통해 지역화폐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역화폐 발행 예산으로만 최소 5000억원을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차 추경 당시 반영된 4000억원까지 합치면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후 축소됐던 지역화폐가 다시 전국적인 소비 진작 수단으로 등장하게 된 셈이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하고 소비자에게 5~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이 할인액의 절반은 중앙정부가 보전하는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처럼 쓸 수 있으면서도 할인 혜택이 있으니 선호도가 높다.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은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경기연구원과 한국은행은 일정 수준의 소비 진작 효과를 보고했지만,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 간 소비 이전을 유도할 뿐, 총소비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엔 일부 도움이 될 수있지만 산업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지역화폐가 소비 촉진 수단이 되면 단기적으로 매출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특정 지역, 특정 채널(예: 오프라인 가맹점)로 쏠릴 경우 대형마트나 온라인 채널은 반사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지역화폐 수혜를 직접 받기 어려운 온라인 사업자는 이 정책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

하지만 유통산업은 단순히 정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매출, 물류, 소비 트렌드가 복잡하게 맞물린 산업 구조 안에서 지역화폐가 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화폐는 유통 생태계의 판을 바꾸기보다는, 특정 계층과 특정 채널에 국한된 효과만 낳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형마트 영업일보다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마트 고덕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고정…‘대형마트, 플랫폼, 배달앱 긴장
이렇듯 새 정부의 지역화폐 확대가 유통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대형마트와 플랫폼을 겨냥한 규제들은 얘기가 다르다.

아예 시장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조치다. 특히 새 정부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고정’은 산업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 중 하나다. 현행법상 격주 일요일 휴무를 시행 중인 대형마트에 대해 공휴일로 지정해 강제 휴업 시키겠다는 방향은 ‘공휴일 소비권’을 가진 직장인,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등 핵심 소비층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문제는 이 조치가 실제로 소상공인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과거에는 대형마트의 휴업일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반대로 나타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가뜩이나 실적이 나쁜 대형마트 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일보다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지자체에서 주말 휴업을 평일로 옮긴 뒤 주변 상권 매출이 증가한 사례도 보고됐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실제 소비 흐름과 충돌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지역 고용과 지역 유통을 떠받치고 있으며, 납품업체 상당수도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유통 대기업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대규모 점포 철수에 나설 경우, 오히려 해당 지역 상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규제와 관련된 이슈도 논란거리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플랫폼 시장 공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 연장선에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사전지정제’가 핵심인데, 이는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구글, 메타, 애플 등 국내외 빅테크가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사전지정제는 위법행위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라 ‘낙인 효과’ 논란이 크다. 특히 변화가 빠른 온라인 산업 특성상, 지정된 기업은 선제적 기술 투자나 실험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정책 기조가 ‘플랫폼 자율’이 아니라 ‘상생 중심 규율’인 만큼, 완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유통 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이중 규제의 그림자 아래 놓이게 되는 셈이다.

배달앱 수수료 문제도 시한폭탄처럼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배달앱 총수수료율을 음식값의 15%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1만5000원 이하 소액 주문에 한해 수수료율 35% 상한안을 제안하며 협상에 나섰지만, 점주 단체는 현실적으로 30~40%에 이르는 현재의 부담을 고려하면 의미 없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배달앱 업계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플랫폼 수익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 라이더 노동조합은 오히려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서로의 입장이 충돌하는 구조다.

◇ 농심 등 주요 식품사 주가 하락…물가 압박에 우는 식품 업계
프랜차이즈 산업도 새 정부 출범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떠오른 키워드는 ‘상생’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입점업체, 가맹점주 등 공급망 내 약자에게 협상력을 부여하고, 불공정 거래를 막겠다는 방향성은 확고하다. 이를 대표하는 조치가 가맹점 단체협상권 부여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려 단체협상권 도입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가맹점주·대리점주 단체가 본부에 협의를 요청하면 반드시 응답하도록 하고, 거부할 경우 과징금, 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 조치는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중대한 구조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본사-가맹점 간 수익 배분, 인테리어 강제, 광고 분담 등의 이슈가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고, 단체 교섭이 관철될 경우 인건비 및 납품 단가에 대한 기준이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이 변화는 유통시장 전반의 가격 책정 구조, 서비스 품질, 소비자 혜택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품 물가 통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눈 여겨봐야 할 정책이다. 식품업계는 즉각 긴장감을 드러냈다. 농심, 오뚜기, 빙그레, 동서식품 등 주요 식품사 주가는 하락했고, 업계는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 통제는 적자 전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 최근 6개월간 60개 이상 식품 기업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초콜릿 10.4%, 커피 8.2%, 라면·아이스크림 5% 이상 인상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입 원가, 인건비, 물류비, 환율 등 부담은 높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억지로 가격을 억누르다 보니 ‘슈링크플레이션’(내용량 감소)으로 소비자 불신을 초래한 과거 사례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AI…서비스 경쟁력 끌어 올릴지 기대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물가 억제의 책임을 기업에만 묻기보다는 원재료 수입 관세 조정, 물류비 지원 등 시스템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식탁 물가’에 정부가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식품업계와 정부 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리테일 산업은 이중·삼중의 정책 환경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규제와 지원이 공존하고, 소비 진작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는 이중적 현실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이 리테일 산업에 위기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가 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단계부터 AI 산업 육성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한 이 정부는 ‘AI 3대 강국’을 1호 공약으로 삼았고, 대통령실에 신설된 ‘AI미래기획수석’은 이 구상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AI 투자가 본격화되면, 리테일 산업도 그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AI 전용 NPU(신경망 처리 장치) 개발, GPU 5만 개 확보, 데이터센터 SOC(사회간접자본) 구축 등으로 AI 인프라를 국가 단위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글로벌 기업 아마존, 월마트, 알리바바 등은 AI를 기반으로 고객 수요 예측, 개인화 추천, 물류 자동화, 가격 최적화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 리테일 기업들이 AI 기술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고도화하거나, 플랫폼 종속을 벗어나 자체 서비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AI가 단지 상징적 국가 프로젝트가 아니라, 리테일 산업의 생존을 위한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인지하는 기업만이, 격변하는 정책과 기술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재명 정부의 유통·리테일 정책은 여러 대의명분 아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맞을 수 있다. 리테일 산업이 새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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