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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에도 불붙은 AI 경쟁…‘리테일 판’ 다시 짠다!

생존을 위한 전환점에서 혁신적 기술 앞다퉈 내놔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으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즈니스 위상도 달라졌다. 일부 기술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활용됐고 제조업, 유통업, 금융, 의료, 교육 같은 전통 산업군에서는 ‘미래 기술’ 혹은 ‘파일럿 프로젝트’ 정도로 다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산업, 어떤 기업을 보더라도 AI가 전략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챗GPT 같은 텍스트 기반 대화형 AI의 등장은 기업들이 AI를 업무 자동화, 고객 응대, 콘텐츠 생성,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이는 산업 전반의 AI 도입 속도를 급격히 앞당겼다.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은 AI의 대중화를 본격화한 시기다. 이전까지 AI는 연구실이나 특정 산업군의 전유물처럼 여겼었지만 생성형 AI는 달랐다. 일반 대중이 직접 사용하고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글로벌 주요 기술 기업들 간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금은 오픈AI의 챗GPT가 점유율 상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지브리 스튜디오 풍(風)의 프로필 사진을 자동 생성해주는 기능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오픈AI 측은 구체적인 통계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지난 4월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가 5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4억명을 넘었다고 밝힌 지 불과 40여일만으로, 지난주 출시된 이미지 생성 기능 출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에 이어 애플도 생성 AI를 개발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각 산업에도 적극 기용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 생성형 AI 의 등장…‘누구나 쓰는 기술’이 되다
또 하나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유통이다. 유통은 고객 접점이 넓고, 수요 예측, 재고 관리, 가격 책정,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 수많은 업무가 정교한 판단과 속도를 요구하는 산업이다. 실제로 유통업은 오래전부터 무인 계산대, 고객상담 챗봇, 추천 알고리즘 등을 통해 AI 기술을 간접적으로 활용해왔지만,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전환 속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업들이 AI를 고민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얼마나 내재화 할 것인가’가 새로운 질문이 됐다.

특히 최근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유통업 전반이 위기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AI는 생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공세, 물류비 상승,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며 국내 유통 기업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활용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발표한 ‘2025 유통 및 소비재 산업 AI 트렌드’ 보고서에서 유통업이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산업군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유통업체의 89%는 AI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AI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87%는 매출 증가, 94%는 운영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유통업에 최대 3900억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수치는 산업 전반의 마진을 1.2~1.9%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나타낸다. AI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기술을 넘어, 매출을 견인하고 마진을 확대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국내 유통 산업의 AI 전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4월부터 유통 전문가들과 함께 ‘유통산업 AI 활용전략’을 수립했고, 같은 해 말 이를 공식 발표했다. 전략의 핵심은 현재 3% 미만에 불과한 유통 산업 내 AI 활용률을 3년 내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유통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해 재고 비용을 20% 절감하고, 소비자 배송 시간을 10% 단축하며,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송 비용을 20% 줄일 수 있도록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1000억원 규모의 유통 분야 AI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중소 유통업체와 AI 기술 스타트업 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그룹은 AI를 적극 기용하는 회사 중 하나다.

◇ AI 가 가장 먼저 파고든 산업, 유통…주요 3사 경쟁 치열
이러한 배경 속에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은 AI를 전사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히 기술 부서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 계열사에 AI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2023년 9월부터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AI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전 계열사에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 2.0’을 도입했다. 해당 플랫폼은 문서 번역, 요약, 회의록 자동 생성, 챗봇 대응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향후 보고서 자동 작성 기능까지 탑재될 예정이다.

단순히 편의 기능을 넘어, 업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력해 AI 기반의 초정밀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롯데마트와 슈퍼는 과일 선별에 AI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불만을 30% 이상 줄이고 품질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AI 과일 선별 시스템은 근적외선 카메라 10대를 통해 촬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일의 당도, 수분 함량, 후숙도 등을 자동 측정한다. 이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결과는 매장 품질 관리 시스템에 자동 연동된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과일 품질 불량으로 인한 클레임이 눈에 띄게 줄었고, 판매량은 3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났다.

롯데마트 제타는 AI를 활용한 앱이다

최근 롯데마트는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쇼핑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롯데마트 제타’를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마트 제타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우선 단순한 상품 추천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스스로 담아주는 ‘스마트 카트’를 선보인다. 고객의 지난 구매 이력과 소비 성향, 구매 주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클릭 10초 이내에 고객의 취향에 맞는 장바구니를 완성한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은 자회사 AI랩을 통해 마케팅 전용 AI 시스템 ‘에임스(AIMS)’를 개발했으며, 이는 대내외 마케팅 캠페인 문안 작성, 카피 테스트, 광고 문구 추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할인행사를 벌이면서 AI 모델을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신세계그룹의 AI 전략도 진화 중이다. 지난 4월엔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봄 쇼핑 축제 ‘랜더스 쇼핑페스타’를 진행하면서 AI 기술을 장착시켰다. 각 계열사를 대표하는 18명의 AI 모델을 제작해 홍보에 활용한다. 이는 고객에게 쇼핑의 설렘을 주러 18명의 외계인이 우주에서 내려온 콘셉트다.

그룹의 IT 계열사인 신세계I&C는 2019년 일찌감치 AI 전담 부서인 AX센터를 설립하고 이마트, 이마트24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AI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대표적인 시스템은 ‘AI 신선 마크다운’이다. 이 시스템은 상품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 상황과 유통기한 등을 고려해 최적의 할인율을 자동으로 산출하고, 할인 라벨까지 자동 출력한다. 과거 점포 직원이 수기로 계산하던 할인율이 AI 기반으로 일원화되면서 정확도는 높아지고 인건비는 줄었다.

신세계 그룹은 매장 내 물건들을 캡처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마트는 자동 계산대에 AI 기반 카메라를 설치해 상품 스캔 누락, 중복 계산 등을 감지하고 있으며, 고객 리뷰와 부정 감성 키워드를 분석해 트렌드를 도출하는 ‘이-트렌드’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는 날씨, 계절, 행사 시점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을 고려해 AI가 자동 발주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꾀하고 있다.

SSG닷컴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인식하는 멀티모달 AI를 검색 시스템 ‘쓱렌즈’에 적용했고, 이를 통해 기존보다 상품 검색 정확도를 대폭 높였다. 고객이 상품명을 잘못 입력하거나 설명이 부족해도, 이미지와 키워드를 AI가 연계 분석해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AI 카피라이터 루이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퓨처넷 산하 AI랩은 2021년 자동 결제 매장 ‘언커먼스토어’를 출범시킨 이후,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루이스’는 행사 타이틀, 배너 문구, 제품 소개 등 다양한 유형의 마케팅 문구를 키워드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생성한다. 하루 최대 660건 이상의 문장을 생성할 수 있으며, 기존에 마케팅팀이 2~3일에 걸쳐 만들던 문구를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효율성과 더불어 문장 다양성, 창의성 면에서도 기존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도 AI 기반 기술 고도화 나섰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AI 기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컬리는 10여개 이상의 AI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며, 2023년 기준 R&D 투자 규모는 380억 원에 달했다.

그중 하나는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검색 최적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단순 오타 교정이나 유사어 인식 수준을 넘어, 고객의 검색 의도를 예측해가장 적합한 상품을 우선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다. 구매 전환율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고객 만족도도 상승하고 있다.

11번가는 ‘AI피드’와 ‘AI MD’를 론칭하며 AI 기술을 쇼핑 큐레이션 전면에 배치했다. AI피드는 고객의 검색 및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8개 카테고리 별로 상품을 추천하고, 이용자가 이를 기반으로 질문을 던지면 AI MD가 답하는 방식이다.

AI MD는 판매 순위, 고객 리뷰, 가격 정보, 배송 조건 등을 종합 분석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또 리뷰 내용을 요약해주거나, 상품 설명을 읽기 어려운 고객에게 핵심 포인트만 간추려주는 기능도 제공 중이다.

GS홈쇼핑의 AI 스튜디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를 중심으로 AI를 적용한 무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자인 생성 AI를 통해 상품 패키지 디자인도 자동화하고 있다.

또한 GS샵은 ‘AI 스튜디오’를 통해 영상 콘텐츠 제작 자동화를 추진 중이며, 상품 추천 알고리즘도 AI 기반으로 전환해 타깃 마케팅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G마켓은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상품의 가격이 변동되면 이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가격 인하 시그널’ 기능을 도입했고, 특정 상품에 대한 ‘판매 인기 베스트 10’을 AI가 자동으로 추출해 보여주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국내 AI 유통 기술에 주목하는 것은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 유통사들도 한국의 AI 리테일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무인매장 기술, 스마트 물류 알고리즘, AI 기반 상품 선별 시스템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향후 방문을 통해 기술 도입을 본격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에서 이미 상용화된 AI 기반 과일 선별, 상품 큐레이션, 자동 발주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선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은 한국 유통기업들이 향후 기술 수출이나 협력 모델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AI 산업 동향을 보면 유통업의 AI 내재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는 약 10만 개의 공급업체와 협상에 활용되는 ‘AI구매 담당자’ 시스템을 이미 도입한 상태다. 이 시스템은 공급업체로부터 제안받은 가격을 과거 거래 조건, 시장 트렌드, 주요 원자재 가격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후 월마트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건을 제시하거나 대안을 제공한다.

이처럼 반복적이고 대량의 거래가 오가는 유통 산업에 AI가 적용될 경우,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거래 구조 자체의 투명성과 신뢰도도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도 미국 대형 할인점 Dollar General은 AI 기반 무인매장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며, 아마존은 계산대 없는 매장 ‘아마존 고’를 통해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 홈쇼핑·편의점까지 넓어진 AI 전선…실습 프로그램 확대
그렇다면 기업의 AI 도입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기술 자체보다 ‘내재화 수준’과 ‘현장 적용력’을 강조한다. AI는 도입보다 활용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교한 AI 기
술이라도, 기업의 업무 흐름과 데이터 체계, 조직문화에 융합되지 않으면 오히려 혼선과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유통업처럼 매장 운영, 물류, 고객 응대, 프로모션 등 다양한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에서는 각 부서 간 AI 이해도 격차가 문제로 부상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AI 도입 초기부터 전사 차원의 교육과 리더십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롯데는 AI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사장단 쇼케이스를 정례화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은 내부 직원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육과 실습 중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고객 관점에서의 효용성’이다. 결국 AI 기술이 실제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1번가의 ‘AI홈’ 기능은 고객 맞춤형 추천 상품을 보여주되, 실시간 배송 조건과 리뷰 평점까지 고려해준다. 단순히 ‘누가 이 상품을 샀는지’가 아니라 ‘지금이 고객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는 방식이다.

컬리는 다양한 AI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컬리의 AI 검색엔진도 고객이 오타를 입력하거나 추상적인 검색어를 사용할 경우, 과거 검색 히스토리와 구매 성향을 기반으로 가장 유사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이러한 경험은 고객에게 ‘AI가 내 취향을 이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반복 구매와 전환율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AI는 기술 그 자체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다.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통해 ‘새로운 유통 포맷’을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지금까지는 기존 업무를 보조하고 효율화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무인 매장, 자동 배송 시스템, AI 기반 상품기획 등 완전히 새로운 유통 포맷을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AI가 기획한 상품이 실제로 출시되고, AI가 구성한 매장 레이아웃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기도 했다. 이는 과거 유통 업계가 고객 반응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왔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제안하는 ‘선제적 유통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AI 기술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윤리적 쟁점과 규제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상품 추천이나 가격 책정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특정 계층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일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AI 추천 알고리즘이 특정 브랜드에 유리한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킨 정황이 포착돼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기술의 불투명한 작동 방식, 개인정보 활용 범위 등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면서, 유통업계는 자율 규제 가이드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투명성, 알고리즘의 공정성, 고객 권리 보장을 위한 인터페이스 설계 등 윤리적 기준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AI 관련 인재 확보도 유통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실무와 밀접한 분야에서 AI를 설계·운영할 수 있는 ‘도메인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유통의 현장을 이해하고, 고객 니즈를 파악하며, 기술을 실제 업무에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많은 유통기업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인력을 AI 리터러시 기반 전문가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신입 채용 시에도 데이터 분석이나 기술 이해 능력을 필수 역량으로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 대학 및 AI 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실무형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인턴십과 연계한 인재 유치 전략도 확대되고 있다.

◇ AI 도입, 성공의 열쇠는…‘내재화와 고객 중심 사고’
종합해보면 AI는 유통업계에 단순한 자동화 이상의 의미를 준다. 재고 관리, 물류 효율화, 고객 응대, 마케팅 최적화 등 전통적인 기능의 고도화를 넘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설계하고 미래 유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기술을 통해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가가 기업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AI는 유통업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인 ‘고객을 어떻게 이해할 것 인가’을 두고 높은 수준의 해답을 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추천 시스템이 연령, 성별, 지역 같은 기초 정보에 의존했다”면서 “이제는 상품 체류 시간, 구매 전환 이력, 리뷰 작성 빈도 같은 정교한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초 개인화된 제안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고객은 자신의 취향을 먼저 읽어주는 플랫폼에 머물고, 이는 충성도와 장기적 고객 확보로 이어진다.

앞으로 AI는 유통업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단순히 기존 업무를 효율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 공간을 설계하고, 고객 여정을 재정의하며, 나아가 제품 기획과 콘텐츠 제작에까지 관여하게 될 것이다. AI가 구성한 매장 레이아웃, AI가 디자인한 패키지, AI가 추천한 구매 플로우가 실제로 고객의 손에 전달되는 시대가 이미 열리고 있다.

이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디지털 감각과 데이터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는 AI를 적극적으로 내재화하고, 현장에 맞게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유통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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