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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앤락ㆍSSG닷컴ㆍ한샘 리테일, 베팅한 사모펀드 위기

내수 침체, 투자 심리 위축… 엑시트 활로 막혀 문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최대주주이거나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유통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모펀드는 사들인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되파는 것이 최종 목적인데, 최근 내수경기 침체로 오히려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 외에 다양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다보니 내외부 갈등에 휩싸인 상황이다.

밀폐용기 전문업체로 유명한 락앤락이 대표적이다. 현재 락앤락은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락앤락의 최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는 유통 중인 주식 30.33%(1314만여 주)를 공개매수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개매수는 대주주가 정해진 가격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제외한 모든 주식을 사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어피너티는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스트렝스를 통해 락앤락 주식 3017만 396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이 69.64%인 최대주주다.

락앤락은 한때 생활용품 시장의 강자였지만 지금은 위상이 많이 줄어들었다. 락앤락이 모회사 어피너티에 의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어피너티는 잔여지분을 확보한 뒤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주식 95% 이상을 보유하면 나머지 주주 동의없이 자발적 상장폐지를 진행할 수 있다. 어피너티가 락앤락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락앤락의 실적이 해마다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락앤락은 2021년 5430억원의 매출액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지만 이후 매출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22년 매출 5212억원, 영업이익 23억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매출 4848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전신인 하나코비에서 분할 설립된 2005년 이후 18년만에 첫 적자를 낸 것이다. 올 1분기에도 락앤락은 매출 1072억원,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7년 8월 락앤락 지분 63.56%를 6293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당 가격은 1만 8000원이었는데, 지금은 8000원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어피너티 인수 직후 2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줄곧 내리막만 걸었다.

락앤락이 생산시설을 축소하고 있다.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상장 주가가 사들인 주가에 한참 못 미치면 더는 상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상장사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도 공시해야 하고, 주가를 관리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다만 자진으로 상장을 폐지하면 시장 신뢰가 훼손된다는 점이 문제다. 공개기업에서 비공개기업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락앤락의 내홍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노동자와 부당해고 이슈로 갈등을 빚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 11월 안성공장 노동자들에게 경영 악화를 근거로 조업 중단 계획을 통보했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제품 생산을 외주화하겠다는 것이 락앤락의 계획이었다.

안성공장은 2021년 아산공장 매각 후 유일하게 남아있던 국내 생산시설이다. 안성공장 역시 아산공장과 마찬가지로 매각 수순을 밟아 현금화할 것으로 보인다. 락앤락은 지난해 말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해외법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락앤락은 중국 법인도 구조조정하고 있다.

실적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노동자가 일터를 잃은 가운데 락앤락의 대주주인 어피너티는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락앤락은 사모펀드에 인수된 2017년 70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6년간 총 1093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특히 2022년엔 영업이익이 두자릿수로 줄었는데도 980억원을 폭탄 배당했다. 노조는 이중 69.6%에 해당하는 683억원은 사모펀드 어피너티의 금고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어피너티가 경영 실패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가 락앤락을 상장폐지하고 보다 자유롭게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락앤락의 경영권을 팔아도 수익을 내긴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투자손실을 만회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넥트웨이브가 자진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 한국이커머스홀딩스, 커넥트웨이브 지분 공개매수
사모펀드가 보유 기업의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것은 락앤락과 어피너티만 있는 게 아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100% 출자법인인 한국 이커머스홀딩스는 코스닥 상장사 커넥트웨이브의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의 목적은 역시 상장폐지다.

커넥트웨이브는 종합 이커머스 전문 기업이다. 다나와 외에 국내 1위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 국내 2위 인터넷 쇼핑몰 구축 서비스 ‘메이크샵’, 가격비교 플랫폼 ‘써머스플랫폼’ 등을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코리아센터와 가격비교 플랫폼 다나와를 인수한 뒤 두 회사를 합병해 커넥트웨이브를 만들었다. 현재 커넥트웨이브의 최대주주다.

커넥트웨이브는 작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 4602억원, 영업이익 364억원을 냈다. MBK가 인수한 해인 2021년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394억원, 174억원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적이 상승했지만, 그래도 상장사로 움직이면 제약이 많아진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에 상장사가 포함될 경우 투명한 공시와 주가 관리 등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를 위해 손쉬운 방법으로는 공개 매수를 택하고 있는 셈이다.

IMMPE가 보유한 한샘은 인수 뒤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한샘은 최근 서울 상암 본사 사옥 매각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샘은 2017년 옛 팬택으로부터 상암 사옥을 1485억원에 매입했는데, 이번 매각에 성공하면 대규모 현금이 회사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사옥의 가치는 2000억원이 넘는다. 상암 사옥만 판 것만은 아니다. 방배 사옥과 전시장, 시흥에 위치한 물류센터, 경상도에 있는 물류센터 등 자산 가치가 있는 부동산은 대부분 매각리스트에 올라와있는 상황이다.

한샘이 이렇게 알짜배기 부동산들을 파는 것은 실적 악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을 일구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19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벗어난 수준에 불과했다.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7% 하락했다.

한샘은 6월 인수금융 대주단의 재무약정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그 전에 부동산 매각이 성사되면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재무약정을 어기면 최악의 경우 대주단이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한샘은 상암 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다

경영권을 넘긴 것은 아니지만 사모펀드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았는데, 뒷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이 전자상거래 계열사인 SSG닷컴에 투자한 사모펀드와 1조원대 투자금을 놓고 분쟁을 겪을 위기에 처해 있다.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는 가운데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고 압박하고 나서면서부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SSG닷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BRV캐피탈과 갈등을 빚고 있다. 두 사모펀드는 2018년 10월 신세계그룹과 투자 약정을 맺고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원 등 1조원을 투자해 SSG닷컴 지분을 15%씩 확보했다.

당시 투자 계약서에는 풋옵션 계약이 포함됐다. 풋옵션은 미리 정해진 값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SSG닷컴이 2024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IPO를 할 준비가 됐다는 의견을 받지 못하면 FI가 보유주식 전량을 신세계 측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었다.

SSG닷컴의 실적 부진이 이마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약속한 조건을 이미 충족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FI들은 풋옵션을 행사할 수 권리가 있다는 입장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의견이 갈리는 건 GMV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GMV가 5조1600억원을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측은 SSG닷컴 상품권 판매액이 GMV에 중복 계상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SSG닷컴이 상품권 판매, 상품권을 통한 상품 판매 모두 GMV에 반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PO 조건을 두고도 대립 중이다. 신세계는 상장주관사까지 선정한 만큼 조건을 충족했다는 입장이지만, FI들은 증권사가 상장 업무 수임을 위해 제출한 ‘제안서’는 ‘의견서’로 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일부에선 양측 입장이 엇갈려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가능 주식 수는 131만6492주, 행사가격은 주당 75만9595원으로 총 1조원 규모다. 풋옵션이 실제 행사된다면 가뜩이나 실적이 악화한 대주주 이마트 현금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샐러디, 갑질 의혹(?)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착수

신세계와 이마트는 SSG닷컴의 풋옵션 행사 여부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가 보유한 유통기업이 사정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샐러드 및 간편 식사 식품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샐러디’가 대표적이다. 샐러디는 가맹 점주에게 과도한 필수 품목을 지정하는 등 ‘갑질’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샐러디가 제품 품질 유지와 무관한 물품들까지 지정된 업체와 거래하도록 강요하거나, 점주의 사전 동의 없이 판촉 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등 ‘갑질’을 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샐러디는 2013년 브랜드 출시 후 현재까지 전국 350여개의 가맹점을 개점한 샐러드 프랜차이즈 1위 브랜드다. 지난해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하일랜드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300억원 상당을 투자받기도 했다.

이번 현장 조사는 공정위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직권조사’의 일환이다.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외식업 브랜드 가맹점 사업자 협의회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단기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맹점주에게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내년 중 이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FI가 풋옵션을 실행하면 이마트는 타격이 크다.

‘사모펀드 경영 프랜차이즈 기업’을 콕 집어 조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이후 공정위는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서며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조사를 본격화했다. bhc는 MBK파트너스가, 메가커피는 우윤파트너스 및 프리미어 파트너스가 각각 투자자로 참여한 프랜차이즈다.

이처럼 사모펀드와 연관된 리테일 기업이 내우 외환에 빠지면서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당초 사모펀드가 국내 자본 시장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사모펀드는 한때 한국 재계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과 단기적 이익 추구로 악명을 떨쳤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사모펀드는 경영권을 빼앗고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 사냥꾼’으로 비난받았다. 일부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단기 수익을 추구하며 자산을 매각하고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외환은행을 인수한 사건이 있다. 론스타는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고, 이는 사회적 논란과 다수의 법적 분쟁을 초래했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한국 시장을 떴다. 이 사건은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차츰 사모펀드의 역할과 이미지는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국내 M&A 시장을 독식해온 외국계 PEF에 대항하고, 국내 자본 육성과 국부 유출 방지를 위해 2004년 관련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후 기업의 성장 지원, 경영 개선, 구조조정 과정을 도우며 국내 자본 시장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사모펀드 산업 역사가 쌓이면서 국내 초대형 사모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 수, 고용인원이 어지간한 대기업 집단을 훌쩍 넘어섰다.

KKR은 오비맥주를 재매각해 두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사모펀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오비맥주다. 벨기에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주류기업 AB인베브는 2009년 7월 경영난을 이유로 사모펀드 KKR과 어피너티에 오비맥주를 매각했다.

오비맥주는 이들이 인수한 지 2년여 만인 2011년 하이트맥주를 따돌리고 국내 맥주업계 1위(시장점유율 부문)에 등극했다. 현재는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리며 맥주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하고 있다.

KKR은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실행했다. 생산 공정의 개선, 비용 절감, 그리고 유통망 최적화를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높였다. 200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8161억원, 1963억원을 기록한 오비맥주는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2013년 매출액 1조 4848억원, 영업이익 472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KKR·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4년 오비맥주를 원주인 AB인베브에 58억 달러(약 6조8000억원)에 매각했다. 오비맥주를 인수하는 데 18억 달러(약 2조1000억원)가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거둔 차익은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에 달한다.

IMM프라이빗에쿼티, 할리스에프앤비 450억대 인수

오비맥주는 사모펀드 투자 모범사례로 꼽힌다.

한국버거킹도 성공한 투자 사례로 꼽힌다. VIG 파트너스는 2012년 두산으로부터 한국버거킹을 1100억원에 인수한 뒤, 3년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2016년 어피너티에 2100억원에 매각했다. VIG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100여곳에 불구했던 버거킹 매장 수를 늘리고 다양한 광고·프로모션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고, 덕분에 인수 가격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의 경우 지난 2013년 토종 카페 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를 보유한 할리스 에프앤비를 450억원대에 인수했다. 식사 메뉴 다각화와 브랜드 상품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결국 2020년 할리스에프앤비의 지분 약 94%를 1450억원에 KG그룹에 매각했는데, 유상증자로 투입한 370억원을 감안해도 상당한 차익을 거뒀다.

흥미롭게도 사모펀드의 투자 모범 사례가 리테일 기업이란 점에서 리테일 기업은 많은 사모펀드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밖에도 사모펀드의 막강한 자금이 투입된 리테일 기업 가운데엔 가파르게 성장한 곳이 많았다. 이는 사모펀드의 투자 전략과 리테일 기업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대부분의 리테일 기업이 유통기업은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갖고 있다는 점은 사모펀드 투자사들엔 매력적인 일이다.

매일 매출이 발생하고 재고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이러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통해 투자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금흐름은 기업을 인수한 후,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도 유리하다”면서 “유통업체의 매출은 예측하기도 쉽고 부채 상환 전략을 계산하기도 쉽다는 점에서 출구 전략을 짜는 데도 좋다”고 설명했다.

인수 후 구조조정을 단행할 여지도 많다. 리테일 기업은 매장 구조조정이나 메뉴 재편으로만 비용을 절감하기 쉽고, 신메뉴를 출시하거나 광고 모델을 기용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경우에는 가맹점 수를 늘려 몸집을 키우기도 쉽다.

할리스도 사모펀드 투자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운영 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일 경우, 더 좋다. 비용 절감, 비핵심 자산 매각,인력 감축 등을 통해 단기간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 관리 시스템 개선, 물류 최적화, 매장 운영방식의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런 구조조정은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전략 중 하나다. 비용을 절감하고 마진을 높일 수 있다.

많은 리테일 기업이 B2C 사업을 전개하면서 브랜드 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사모펀드는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특히, 인지도 높은 브랜드는 고객 충성도가 높아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한다.

리테일 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도 쉽다.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전후방 사업체를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인 ‘볼트온’ 전략은 기업 가치를 단기간 내에 크게 향상하려는 사모펀드들이 즐겨 쓰는 방법이다.

버거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버거킹의 성장도 멈췄다.

통상 사모펀드는 인수한지 3~7년 안에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을 개선해 매각한다. 오히려 기술력이 중요한 정보기술(IT)기업이나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중공업 등은 사모펀드의 투자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앞서 락앤락과 SSG닷컴의 사례에서 살펴봤듯, 최근 사모펀드가 인수한 리테일 기업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이유는 여럿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내수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리테일 기업들은 경기 침체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리테일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아울러 사모펀드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높은 부채 부담이 이들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경영을 개선하거나 투자를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사모펀드가 리테일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

앞서 모범 사례로 꼽힌 한국버거킹만 하더라도 어피너티가 사들인 지금은 상황이 순탄하지 않다. 버거킹은 지난 2021년 11월 M&A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가 1년 여간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매각 철회를 결정했다. 당시 어피너티는 버거킹 몸값으로 약 1조원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아무도 이런 가격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최근엔 리테일 기업의 인수 소식을 듣기가 어렵다. SK해운·롯데손해보험 등 다른 업종에선 협상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사모펀드가 리테일 기업을 사거나 팔려는 시도 자체가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기업의 사모펀드 투자가 오비맥주처럼 잘 된 사례도 있지만 신규 투자도 미루고 족족 배당에만 신경 쓰거나 사실상 기업을 방치하다 산업 사이클이 돌아왔을 때 회사를 팔려는 목적의 투자도 있었다”면서 “최근엔 사모펀드가 단기 이익에만 몰두하고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무시한다는 지적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 사모펀드가 리테일 기업을 눈독 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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