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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품은 ‘리셀 플랫폼’, 뜰 줄 알았는데 왜 가라앉나

오픈런 감소에 정책 변경까지, 이리 저리 치이는 리셀러들

유통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부상하던 리셀 시장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리셀은 한정판 제품·소장가치 높은 제품 등을 비싸게 되팔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을 뜻하는 ‘리셀러(Reseller)’들이 주도하는 산업이다.

이 산업은 코로나19 확산 2년간 명품 소비와 함께 급격히 성장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찾아온 온라인의 강세 흐름이 리셀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어려워지고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 구매로 해방감을 찾는 ‘보복 소비’가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팬데믹 기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 자리잡은 ‘명품은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소비 심리를 더욱 부추겼다.

문제는 지갑을 열어도 원하는 제품을 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유명 백화점 앞은 오픈런(매장 오픈 전부터 구매 대기 줄을 서는 것)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더 큰 문제는 대기표를 받고 입장하는 데까지 수시간이 걸렸음에도 원하는 제품이 다 팔려서 헛걸음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수요가 사실상의 중고거래인 리셀 시장으로 몰리게 됐다. 물론 리셀은 중고거래와 엄격하게 구분되긴 한다. 리셀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시 판다’라는 의미에서 중고와 다를 바가 없지만, 현재 리테일 시장에서 말하는 리셀은 정의가 조금 다르다. 한정판 상품이나 희소성이 높은 상품 등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되파는 행위를 뜻한다.

리셀 산업은 MZ 세대가 동참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중고 물건을 처분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것과는 달리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걸 주로 의미한다. 그 결과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힘들게 구입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지자 ‘리셀테크’ 열풍을 불러온 것이다.

리셀러들은 용돈벌이나 취미 생활로 리셀을 즐기는 사람부터 대량으로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고 거래하는 전문 사업자들까지 다양하다. 한정판을 원하는 수요가 뒷받침되다 보니 사는 즉시 가격이 2~3배 오르는 경우도 숱하다. 특유의 희소성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제품 가격이 더 오른다는 점도 리셀의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MZ세대에게 수익성 좋은 투자 수단으로 리셀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꼭 명품 브랜드만 리셀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게 아니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단연 ‘나이키’다. 리셀 시장에서 나이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가장 비싼 신발도, 가장 많이 거래되는 신발도 나이키 스니커즈들이다.

나이키는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이나 의미 있는 한정판 제품을 여럿 내놨는데, 이때 특정인에게만 판매하지 않고 회원들의 응모를 받아 무작위로 추첨하는 ‘래플’ 방식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정해진 수량만큼만 추첨을 통해 팔기 때문에 당첨 확률은 매우 낮다. 이렇게 구입한 제품을 몇배 많게는 수십배까지 값을 매겨 되팔 수도 있다. 가령 2020년 나이키와 디올이 콜라보한 ‘에어디올’의 경우 정가는 270만~300만원이었지만 리셀 가격은 최대 1500만원까지 뛰었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세계 운동화 리셀 시장이 2019년 20억 달러(2조1744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5년엔 지금의 3배인 60억 달러(6조5232억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해 소비자들이 리셀 제품에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고공행진했던 리셀 산업은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팬데믹이 끝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려 다른 곳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해외여행에 갈 수 있게 되면서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는 접점도 다양해졌다. 굳이 리셀 거래 시장을 찾지 않아도 쉽게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주요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는 개점 전부터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 열기가 한풀 꺾였다. 오픈런 경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 샤넬 대기줄은 백화점 건물을 한 바퀴 둘러쌀 정도였다. 2년 전 같은 달 평일에는 매장 오픈 시간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약 100여명이 줄을 섰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명품 매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다. 특히 주요 명품 소비층으로 새롭게 부상했던 젊은 세대가 경기 불황으로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은 물론 고소득 소비자 역시 씀씀이를 줄이는 이른바 ‘리치세션(리치+리세션)’도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물가에 고소득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현상은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에서 잘 드러난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1분기 명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 7%에 그쳤다. 신세계 백화점은 7.8%, 현대백화점 역시 9.1% 수준이
다. 지난해 3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이 각각 18.7%, 30%, 32.8%까지 치솟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롤렉스는 전화 예약으로 고객을 받다가 최근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하게끔 정책을 바꿨다.

◇ 잘 나가던 리셀 왜 꺾였나, 롤렉스 판매 정책 변경
변수는 또 있다. 바로 리셀 제품으로 팔리던 주요 브랜드들의 판매 정책 변화다. 리셀러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 중 하나인 롤렉스 시계가 최근 판매 방식을 바꾼 게 대표적이다. 롤렉스는 최근 국내 전 지역에 인터넷 예약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현장 대기와 전화를 통해 예약을 받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국롤렉스는 롤렉스 스위스 본사가 2002년 국내에 세운 법인이다. 롤렉스는 루이비통, 샤넬 등과 달리 직접 판매를 하지 않고 국내 공식 딜러에 물건을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한다. 한국
엔 롤렉스 매장 10여곳이 있는데, 직영이 아니기 때문에 매장마다 소유주가 달라 영업방식도 제각각이라 기존의 현장 접수 방식도 함께 유지하고 있지만, 어찌됐든 매장을 방문하는 문턱을 이전보다 대폭 낮춘 것이다.

롤렉스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건 장시간 대기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줄이는 한편 가격을 올려 되파는 리셀업자들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롤렉스는 천만원대에 달하는 가격에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탓에 품귀 현상이 이어졌다.

그러자 줄 서기 대행 아르바이트는 물론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리셀업자들이 성행했다. 이렇게 매장에 들어가도 ‘롤렉스 매장은 공기밖에 안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롤렉스 시계는 구하기 어렵고, 인기 제품의 경우 리셀 제품에 붙는 프리미엄만 수천만원에 달했다.

롤렉스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콜렉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치재와 명품 수요가 크게 올라감에 따라 롤렉스 역시 인기가 폭등하면서 전날 밤부터 줄을 서야 겨우 매장에 입장할 수 있고, 그렇게 입장해도 제품이 거의 없이 텅빈 매대를 보고 그냥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최근 일부 롤렉스 매장들이 리셀러를 막기 위해 고객의 인상과 차림새 등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전화예약을 통해 접수받은 인원만 입장시키는 등 고객 거르기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롤렉스에서 가장 유명한 모델인 ‘서브마리너 그린’의 리셀가격이 지난해에는 3800만원 수준에서 최근엔 2000만원 후반대로 내려앉았다. 발매가가 13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예년만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롤렉스 제품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에르메스는 약관에 ‘에르메스 제품은 최종소비자인 개인 또는 법인에만 판매되며 모든 재판매자 또는 이들을 대리한 중개인에게는 판매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 롤렉스, 에르메스에 이어 샤넬, 나이키까지 리셀 제한

나이키는 지난해 약관을 변경해 리셀 제품 판매를 제한했다.

샤넬도 리셀을 막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거나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때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수백만원씩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던 샤넬 제품의 리셀가는 급락하고 있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현재 샤넬의 대표 품목인 클래식 플랩백의 미디움과 스몰 사이즈는 정가에 못미치는 가격에 판매 중이다.

나이키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이용 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추가했다. 나이키코리아는 약관에서 “나이키 플랫폼은 나이키가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는 유일한 목적의 플랫폼이며, 재판매를 위한 제품 구매는 엄격하게 금지된다”며 재판매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재판매를 위한 구매로 판단될 경우 소비자 계정에 판매 제한, 주문 취소, 환불 또는 반품 거절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브랜드의 이런 판매 정책 변경이 리셀 거래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리셀이 기본적으로 ‘개인 간 거래’인데다 개인이 스스로 사용할 용도로 구매했다가 되파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구매 시 리셀 목적인지 아닌지를 면밀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그런데도 정책 변경은 리셀 산업의 변수로 자리 매김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창 리셀 산업이 몸집을 키울 때는 리셀 대상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 역시 리셀의 브랜드 홍보 효과를 노리고 다양한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곤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리셀러들이 여러 사람 명의로 한정판 구매 추첨에 참여하는 등 부당하게 제품 구매에 참여하거나, 매장에 제품이 들어오는 대로 사들여 소비자들의 정가 구매 기회가 박탈당하고, 브랜드들은 충성 고객을 리셀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되면서 결국 정책 변경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크림은 국내 리셀 시장의 선두주자다. 그런데도 적자 경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리셀 열풍에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리셀 가격이 문제다. 기존 가격에서 최고 수백배까지 오르는 현상이 소비자들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는 건 분명하다.

리셀러가 파는 제품이 진품인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일부 리셀러가 교묘하게 ‘짝퉁’을 판매해도 소비자들은 이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 짝퉁인지 진품인지를 판별해 주는 ‘판별 전문가’를 고용하는 리셀 판매 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하루에 수천 건이 사고 팔리는 리셀 시장에서 이런 피해를 100% 막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실 처음부터 리셀 행위가 골칫거리였던 것은 아니다. 리셀러의 원형은 구매대행업자(여건상 살 수 없는 제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사람)라고 볼 수 있는데, 처음에 이들은 소비자에게 큰 만족감을 줬다. 문제는 리셀의 규모가 무분별하게 커지면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리셀러가 취급하는 품목은 대부분 한정판인데, 이는 원래 소수 마니아층을 위해 기업이 발매한 제품”이라면서 “하지만 리셀러들이 해당 상품을 투기의 목적으로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리셀 행위가 규모가 커지면서 유통질서와 기존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리셀 플랫폼 대표주자 솔드아웃, 크림 적자

무신사의 계열사 솔드아웃은 본사의 실적에 부담을 줄 만큼 수익성이 악화했다.

리셀 산업이 한창 주가가 오르던 팬데믹 때도 돈을 버는 플랫폼 사업자는 없었다. 국내 리셀 산업을 대표하는 두 플랫폼은 무신사의 솔드아웃과 네이버의 크림이다. 그런데 두 사업자 모두 영업 실적은 형편없다.

지난해 크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배 성장한 46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44.5% 확대된 861억원으로 집계됐다.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무신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의 매출은 전년도 16억원에서 111억원으로 7배가량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170% 늘어난 427억원에 달했다.

두 플랫폼의 적자는 이용자 확대를 위한 수수료 무료 정책 등을 이어가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크림은 줄곧 무료 수수료를 고수하다 지난해 4월부터 구매자에게 1%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며 처음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점차 인상을 거듭해 현재 구매자에게 3%, 판매자에게 4%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솔드아웃은 크림보다 더 길게 무료 수수료를 고수했지만, 지난해 12월 구매자에게 수수료 1%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후 수수료 정책을 확대했다.

리셀 플랫폼은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면서 이 과정에서 판매자 혹은 구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주된 수익원인데, 초반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오랜 기간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친 게 화근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두 플랫폼이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수수료를 받아서 이익을 내려면 그만큼 거래가 많아져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듯 리셀 산업이 축소될 만한 변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이 마저도 녹록치 않다.

한화는 에어스택을 통해 리셀 시장에 진입했다가 최근 철수했다

최근엔 산업의 후발주자 중 하나가 이탈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월 한화솔루션이 자회사 엔엑스이에프(NxEF)를 청산했다. 이 회사는 2021년 12월부터 블록체인 기술 기반 이커머스·핀테크 업체로써 리셀 플랫폼인 에어스택(AIRSTACK)을 운영했다.

에어스택은 대기업 계열 한정판 리셀 플랫폼이란 측면에서 리셀러들에게 적지 않은 신뢰를 얻었다. 에어스택은 모든 거래에 있어 2.5% 무제한 적립을 내세우며 한정판 거래 플랫폼 양대 산맥이 된 크림, 솔드아웃 2강 체제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하는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에서 리셀 수요가 줄고, 거래자 수도 줄어들자 더 이상 사업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리셀 산업이 성장한 이유는 구하기 어렵고 희소성 있는 제품에 대한 구매욕이 뚜렷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최근엔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고, 브랜드의 희소성도 약화되면서 리셀 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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