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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커머스의 위기, ‘1000원에 팔아 396원 밑졌다’

16개 커머스 업체 2022년 평균 이익률 -39.6%, 수익성 악화

쿠팡. 한국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을 다루는 기업의 롤모델로 꼽힌다. 로켓배송으로 국내 온라인 배송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뉴욕증시 상장이라는 전인미답의 영역에 도전장을 던져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때 100조원대까지 치솟았던 쿠팡의 기업가치는 현재 30~40조원대 안팎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이 역시도 국내 유통 대기업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쿠팡은 업력이 15년이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임에도 국내 온라인 유통 산업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쿠팡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최근 쿠팡이 거두는 실적 때문이다. 쿠팡은 가장 최근인 올해1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7조39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6조1653억원이었다.

김범석 쿠팡 의장

더 눈에 띄는 지표는 회사가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영업이익이다. 올해 1분기 쿠팡의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13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2478억원)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했다.

이번 분기에서 쿠팡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롭게 썼다. 쿠팡은 올해 1~3월만 장사를 잘한 게 아니다.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쿠팡처럼 매년 수십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하는 큰 몸집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연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사례는 그간 없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쿠팡 역시 적자에 시달렸다.

그래서 지난해 3분기 쿠팡이 처음으로 흑자를 발표했을 때, 업계는 깜짝 놀랐다. 그간 쿠팡은 최저가 출혈경쟁을 주도하며 스스로 ‘적자의 덫’에 걸려 무너질 거란 우려가 팽배했는데,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매출 성장과 흑자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쿠팡은 창업 이후 십수년간 쌓은 누적적자만 6조원에 달했는데도 ‘계획된 적자였다’라면서 투자에만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알찬 열매를 맺은 것이다.

쿠팡은 물류 효율화에 막대한 투자를 쏟은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쿠팡의 성공 요인은 ‘막대한 투자’다.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큰 투자를 끌어냈고, 그만큼을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투자했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에만 누적 6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2년 자체 물류센터를 도입해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100개 이상 지었다. 2014년에는 자체 배송인력을 고용해 직접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분간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쿠팡을 부러운 눈빛으로만 봐야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산업이 대부분이 모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관련 거래가 줄어든 반면, 백화점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 기업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방긋 웃었다.

테넌트뉴스가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16개 업체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2022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9.6%였다.

1000원짜리를 팔면 도리어 396원을 손해보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16개 업체 중 전년도인 2021년보다 수익성이 악화한 기업도 7곳이나 됐다. 물론 업체마다 경영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온라인 시장 거래액이 줄어들면서 각종 할인쿠폰과 프로모션 등 출혈 경쟁을 지속해온 탓이 크다.

◇ 쿠팡이 되지 못한 SSG·컬리·오아시스

지난해 상장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컬리는 영업적자 규모가 더 늘어났다

‘쿠팡 워너비’를 꿈꾸는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부터 살펴보자. 겉보기에 이 회사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매출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전년(1조5613억원) 대비 30.4% 증가한 2조3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334억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적자 증가폭은 2021년 87.3%에서 7.2%로 줄어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11.4%를 기록하면서 2021년(13.9%)보다 개선된 수치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개선 폭이 미미하다는 게 문제다. 영업이익률이 -11.4%라는 건 1000원짜리 제품을 팔면서 114원의 손해를 남긴다는 것이다.

이미 한차례 상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컬리는 지금보다 더 극적인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 2015년 ‘샛별배송’이란 서비스로 새벽배송의 문을 열어젖힌 컬리는 지난 1월 4일 상장을 철회했다.

컬리는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공모 절차 착수를 계속 미뤄오다 철회했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도 있었지만, 컬리의 기업가치 평가가 낮아진 영향이 더 컸다.

수익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컬리의 재상장 도전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21년 말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IPO)에서 컬리는 기업가치 4조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상장 직전엔 기업가치가 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매출은 늘지만 적자가 커지는 악순환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7년간(2015~2021년) 쌓은 누적 영업적자만 해도 4952억원에 이른다. 물류비·인건비가 많이 드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특성상 팔수록 손해나는 구조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컬리는 식품 전문몰로 출발했지만, 최근엔 가전 및 전자기기 등 취급 품목을 확대하며 몸집만 불렸다. 컬리 측은 투자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지만, 물류센터에 잇따라 투자를 단행한 상황에선 고정비 부담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상쇄하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컬리와 마찬가지로 상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오아시스 역시 난감한 처지에 놓여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4272억원의 매출과 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9.7% 증가하면서 몸집을 불리는 데엔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이 15.4%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영업이익률도 2021년 1.5%에서 2022년 1.1%로 0.4%포인트 하락했다.

대부분 적자에 빠진 신선식품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건 오아시스만의 장점이다. 현재 오아시스는 60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흑자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날그날 재고를 할인판매하는 방식으로 새벽배송 업체의 난제인 신선식품 재고율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아시스는 흑자 기조를 이어가곤 있지만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다만 언제까지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오아시스는 앞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인지도를 높이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투자가 불가피하다. 상장에 도전할 당시에도 오아시스는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아시스의 회원 수가 130여만명으로 1000만명을 훌쩍 넘는 컬리와 비교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반복 구매율이 높은 충성고객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기업 사이즈가 원체 작다보니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수요예측 흥행 실패는 결국 상장 철회로 이어졌다.

컬리, 오아시스의 실적 악화와 상장 실패는 오는 9월 상장을 앞두고 있는 11번가에도 악재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으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만약 기한 내에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상당한 수익을 붙여 돌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기한이 오는 9월 말로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11번가 입장에선 수익성을 확보하고 매출 확대를 동시에 노려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890억원, 영업손실 15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40.5% 증가하면서 외형 성장엔 성공했지만,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손실이 전년(694억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11번가의 영업이익률이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9.2%로 크게 확대된 이유다.

11번가의 수익성이 악화한 건 신규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11번가가 지난해 도입한 직매입기반의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이 대표적이다. 그간 11번가는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형을 불리기 위해 직매입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상장에 도전하기 위한 11번가의 최대 고민은 쌓여가는 누적적자다.

직매입은 플랫폼 사업자가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사들인 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형태를 말한다. 직매입 비중을 늘리면 거래액 자체가 늘어나 매출을 단시간에 늘리기 쉬워진다. 물건값이 곧 매출이 되기 때문이다. 쿠팡이 현재 직매입 시스템으로 상당부분 운영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독주하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비슷한 사업 모델을 펼치는 11번가의 전략이 통할지는 의문”이라면서 “무엇보다 직매입은 보관과 운송 등 지출이 크다는 점에서
IPO 일정이 빠듯한 11번가엔 도박같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2021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일약 3위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한 SSG닷컴의 실적을 보자. 2022년 SSG닷컴의 매출은 1조 7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성장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지만, SSG닷컴의 골칫거리 역시 적자가 나는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1111억원을 기록했다. 1079억원의 손실을 냈던 전년보다 손실이 소폭 증가했다. 적자가 증가한 것보다 매출 증가 폭이 더 큰 탓에 영업이익률이 2021년 -7.22%에서 지난해 -6.37%으로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익성 부담을 안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적자 규모를 두배가량 늘렸다.

SSG닷컴의 목표 역시 IPO라는 점에서 적자 경영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SSG닷컴은 컬리와 오아시스, 11번가와 달리 당장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단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받을 당시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3조~4조원대로 인정받았지만 현재 시장에선 이 가치를 인정받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 수익성 확보 어려운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7083억원, 영업이익은 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3.5%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94.5% 감소했다.

패션 플랫폼들의 지난해 실적도 별 볼일 없긴 마찬가지였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꼽히는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7083억원, 영업이익은 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3.5%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94.5% 줄었다. 전년도엔 585억원이던 이익이 대폭 줄었다. 이 때문인지 무신사의 영업이익률 역시 2021년 12.6%에서 지난해 0.4%로 크게 하락했다.

무신사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건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자회사 SLDT의 실적 부진 탓이 크다. SLDT는 지난해 무신사 자회사 가운데 SLDT가 가장 큰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적자가 426억원에 달한다. 제품 검수비용 증가와 낮은 수수료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솔드아웃은 지난해 12월까지 구매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무신사로지스틱스, 무신사파트너스, 어바웃블랭크앤코 등 무신사의 자회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무신사가 글로벌 스토어, 레이지나잇, 전문관 등 신규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지난해 3월 무신사 창업자인 조만호 의장이 회사 성장의과실을 직원들과 나누기 위해 단행한 ‘주식 무상 증여’를 포함해 약 268억원의 주식보상비용이 반영된 탓도 있다. 하지만 무신사는 지난해 이와 같이 각종 부담을 떨어낸 것으로 평가돼 올해는 다시금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 증가 폭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소폭 개선했다.

지그재그와 여성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두권을 다투는 에이블리 역시 적자 규모를 늘렸다. 에이블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44억원에 달한다. 전년도 694억원 적자에서 7.0% 증가한 수치다. 다만 에이블리의 수익성이 전년과 비교해 악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영업적자가 증가한 것보다 매출 증가율이 더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년도 934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엔 1784억원으로 늘어나면서 90.9%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실상 두배 성장한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2021년 -74.3%였던 영업이익률도 2022년엔 -41.6%로 줄어들 수 있었다.

수익성 개선 움직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리는 최근 “지난 3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53% 성장하면서 월간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에이블리의 거래액이 1조원을 넘겼는데,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기며 흑자를 달성한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은 에이블리와 무신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커머스에 인수된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가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다만, 외형을 확장하면서 적자 폭도 크게 늘었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18억원을 기록, 전년 652억원 대비 56.1% 성장했다. 패션 플랫폼으로 시작한 지그재그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패션부터 뷰티·캠핑·운동·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문을 연 뷰티 전문관의 경우 지난달 거래액은 1년 새 3배가량 증가했다. 오픈 당시 200여개였던 입점 브랜드 수는 현재 1000개로 증가했으며, 구매자 수도 12배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 성장 뒤에는 영업손실이 자리하고 있다. 지그재그의 영업손실은 2021년 379억원에서 지난해 518억원으로 36.7% 확대됐다. 영업이익률이 2021년 -58.2%에서 2022년 -50.8%로 소폭 개선되긴 했지만, 업계 맞수인 에이블리의 개선 수준과 비교하면 많이 아쉽다.

신세계그룹 편입 2주년을 맞이한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 역시 매출이 성장하긴 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직전 해보다 34.8% 늘어난 1368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0.3% 감소한 31억원을 달성했다. 높은 매출 성장률과는 반대로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익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후퇴했다. 2021년엔 3.0%였는데, 지난해엔 2.2%대로 하락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도 외형 성장과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겪었다. 지난해 크림 매출액은 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861억원으로 44.5% 확대됐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운영해온 저가 수수료 정책 여파가 적자에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 셀럽이 띄우던 ‘머·트·발’의 암울한 미래

‘머트발’로 불리면서 명품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던 상위권 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져있다. 광고선전비 등 비용이 크게 는 탓이다.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아예 지속가능성을 두고 물음표가 찍혔다. 머·트·발, 이른바 국내 3대 명품 커머스 플랫폼으로 꼽히는 트렌비·발란·머스트잇의 지난해 실적을 보자.

머스트잇은 지난해 매출 33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가 168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65.8% 늘어나면서 외형 성장을 꾀했지만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머스트잇의 전년도 적자는 100억원이었다. 머스트잇이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50.8%. 1000원 짜릴 팔아서 500원을 손해 봤다는 것이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경영 구조를 대변한다.

발란의 손익지표 역시 머스트잇과 비슷했다. 일례로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386억원을 지출한 발란의 경우 매출은 전년보다 70.8% 늘어난 891억원이었지만 손실은 373억원으로 전년(-185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발란의 경우 실제로 기업 존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발란은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발란의 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6억 5500만원 초과하고 있다”면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트렌비는 2021년 303억원이던 적자를 2022년엔 207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다만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명목 아래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매출도 동반 감소했다. 2021년 963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엔 8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무리한 마케팅을 멈추고 효율과 이익에 매진해 수익성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를 시장이 좋게만 볼지는 미지수다.

벤처 투자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흑자 전환이 박수를 받았던 건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해냈기 때문”이라면서 “한창 성장해야 할 스타트업 플랫폼이 매출 역성장을 겪는 건 그만큼 고객 이탈이 많았다는 뜻인데, 성장하지 않는 기업을 두고 매력적이라고 평가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명품 플랫폼 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예견된 결과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해당 업계는 거래액 확대를 위한 무리한 마케팅과 영업에 치중했다. 김혜수, 주지훈, 김희애 등 빅모델을 내세워 사용자 끌어 모으기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인건비·복리후생비 등 덩치가 커지면서 늘어난 비용도 많다. 시장이 무한히 성장한다면 이런 투자도 문제가 될 게 없지만, 문제는 명품 커머스 시장의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점이다. 엔데믹으로 언택트 소비 특수가 사라진 데다, 백화점 온라인몰, 타 이커머스의 공세까지 거세졌다.

가품 논란에 플랫폼 신뢰도를 잃어버린 점도 문제였다. 오픈마켓, 병행수입으로 판매되는 상품에 위조품이 발견되면서 소비자 불만과 불안이 커졌다. 과도한 반품비와 복잡한 반품 과정 등 자체 서비스도 문제였다. 최근엔 해외여행 증가로 면세점이 다시 명품 주요 판매처로 살아나면서 명품 플랫폼에 몰렸던 보복소비 효과도 분산되고 있다. 여러모로 큰 폭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이처럼 지난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올해 업계 최대 화두가 무조건 성장에서 달라졌다. 이젠 적자를 줄이고, 내실을 강화하는 수익성 우선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이커머스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무리한 투자도 감수하는 성장성에 목매 왔다.

플랫폼 가입자를 늘리고 매출을 늘리기만 하면 이른바 ‘계획된 적자’ ‘적자 성장 구조’가 용인됐기 때문이다. 비용이 수익보다 많은 ‘데스밸리’만 잘 견디면, 언젠가는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었다. 수천억원대 신규 투자를 수혈하며 버티다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금 없이 자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침체 위기가 고개를 들만큼 나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고성장이 쉽지 않고 자본시장도 불안해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할인쿠폰을 뿌려대며 거래액 확대에 몰두하던 유통·패션 플랫폼들이 방향을 확 틀어 판매수수료를 올리고 광고 등 비용을 줄이고 있다”면서 “올해가 진정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솔드아웃, 크림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이 올해 들어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인상 방침을 통보했다.

다만 이렇게 수익성에 치중할 경우, 부작용이 있다. 수수료를 올리면 플랫폼의 생태계를 이루는 셀러들이 이탈할 수 있고, 할인쿠폰을 줄이면 고객이 줄어들 수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여성옷을 판매하는 한 셀러는 “현재 수수료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할인쿠폰도 직접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라면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낮춰서 팔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고객 이탈이 일어난다면 트렌비의 지난해 실적처럼 매출이 역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최종시나리오는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지배기업 위치를 차지한 과점 사업자가 중소 업체를 흡수하거나, 아니면 결국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경우 사라지는 것”이라면서 “수익성과 성장의 균형을 잘 맞춰 사업을 유지하는 업체가 결국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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