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정부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방침을 발표했다. 2020년 3월 22일 첫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2년여 동안 이어졌던 방역지침이 드디어 풀린 것이다. 4월 18일부턴 사적 모임 인원, 다중시설 이용 시간, 행사·집회, 종교활동, 실내 취식금지 등 기타 방역 사항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내용을 전면 해제했다. 실내 취식 금지도 25일부터 해제했다.
이달 5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바깥 외출도 자유로워진다.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계획에 따르면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되면 자가격리를 의무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실내와 실외에서 적용하고 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유지한다. 실내에서는 전체 공간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며, 실외에서는 2m 이상 거리두기가 유지되지 않거나 집회, 공연, 행사 등 다수가 모이는 경우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처럼 고강도 방역조치의 상징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는 건 우리 사회가 마침내 코로나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일상을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되돌리는 리오프닝(Reopening)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경제 활동 재개’를 뜻하는 리오프닝은 코로나 사태로 제한하고 폐쇄했던 조치를 해제하며 일상을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가리킨다. 올봄 전국의 벚꽃 명소가 인파로 북적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리오프닝이 확산하면서 산업 지형도도 ‘언택트(비대면)’에서 ‘콘택트(대면)’ 서비스 업종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완화된 거리 두기가 실시된 첫 주말, 백화점과 쇼핑몰은 인파가 넘쳤고 외식이나 야외 활동 관련 상품 수요도 일제히 급증했다. 비(非)대면 확산으로 위축됐던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로 따져봐도 소비심리는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2로 2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2월 1.3포인트 떨어진 뒤 한 달 만에 반등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 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지갑을 열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 리오프닝 기대감에 백화점, 패션, 뷰티 등 유통업계 볕든다
여행·항공 관련 산업이 특히 리오프닝의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그간 언택트 산업 중심의 경기 회복세에서 소외돼 있던 업종도 리오프닝에서 반등의 동력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의류, 필수소비재 등이 속한 유통업계도 대표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 등 5개 업태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계의 경기전망지수(RBSI)’를 발표했는데, 2분기 RBSI는 기준치(100)에 근접한 99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지난해 3분기 106에서 4분기 99로 하락한 뒤 올해 1분기 96으로 더 떨어졌다가 2분기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RBSI가 기준치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기준치 이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업태별로 보면 백화점(102→111)은 지난 분기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슈퍼마켓(82→99)은 전분기보다 17포인트 상승하며 업태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신선식품, 간편식 등 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차별화에 나선 점이 지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88→97), 편의점(85→96) 등도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으로 지수가 반등했다.
대한상의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소매업 경기가 본격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냉장·냉동 식품 시식이 허용되면 식품 회사의 신제품 출시가 활발해지면서 매장 전체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간 자제했던 호객 행위 등 집객 활동이 활발해지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 19 방역규제가 해제된 첫날인 4월 18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주 사이에서는 화장품과 유통주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날 화장품 업종인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보다 2.96%(2만6000원) 오른 9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도 4.02% 상승 마감했으며 한국콜마(2.89%), 애경산업(3.1%), 한국콜마홀딩스(2.04%), 한국화장품(4.54%), 토니모리(7.32%) 등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클리오(9.62%), 에스디생명공학(7.39%) 등 화장품주도 상승세였다.
패션 관련 업종의 주가도 조금씩 살아나는 양상이다. 팬데믹 동안 판매량이 줄었던 외출복에 대한 소비심리와 봄 시즌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휠라홀딩스(5.83%), 코웰패션(4.56%), F&F(1.33%), 한세실업(1.47%), 영원무역(1.31%) 등이 리오프닝 조치 발표일인 4월 18일에 강세를 보였다.
BGF리테일(5.83%), 호텔신라(2.32%) 등 유통주의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신세계는 1.18% 올랐으며 롯데쇼핑(2.13%) 현대백화점(1.58%) 등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도 음식료품(1.72%), 유통업(1.19%), 섬유·의복(1.09%) 등 리오프닝 관련 업종의 강세가 뚜렷했다.
증권가에서도 관련 업종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패션업종을 두고 신영증권은 “한국의 패션소비 지출액은 지난 2년 간의 코로나 기간 동안 2021년 9~10월을 제외하고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지난해 9월, 10월은 위드코로나 첫 시행에 따른 기대감으로 오랜만에 의류 소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나, 이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확진자 수 급증으로 실질적인 위드코로나가 시행되지 못함에 따라 소비는 다시금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거리두기 해제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은 “중장년층 및 유아동층의 패션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 이라면서 “연중 성수기 중 하나인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2분기부터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증권가 ‘이제는 진짜 리오프닝, 투자하라’

하나금융투자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을 두고 목표 주가를 4만원으로 끌어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본격적인 리오프닝과 함께 국내 소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 선호 현상에 따른 해외 패션·수입화장품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국내 패션과 화장품 부문 점진적 회복으로 높은 실적 모멘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휠라홀딩스를 두고도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회복,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감안 시 긴 호흡에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NH투자증권도 “한국을 비롯해 중국·미국·남미 등 지역 다변화로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회복 시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글로벌 노출도가 가장 큰 기업인만큼 기대가 크다.”고 분석했다.
편의점 씨유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엔 대신투자증권이 “일상 회복 가속화, 인플레이션 등의 이슈로 유통 채널별 수혜·피해가 나뉘고 있는데 동사의 경우 이런 이슈에 최대 수혜 채널”이라면서 “지난 2년간 코로나 피해가 컸던 채널인만큼 2022년 주가 흐름은일상 회복과 발맞춰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오프닝에 따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백화점 업종을 두고도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대신투자증권은 신세계를 두고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동사는 차별적인 브랜드 파워로 경쟁사 보다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라면서 ” 지난 해 8월말 출점한 대전점은 성장에, 그리고 광주신세계는 손익 개선에 크게 기여하면서 백화점 사업자 중 매출과 손익 개선이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엔 “상반기 국내 소비 호조, 하반기 해외 소비 회복 기조 속에 출점 2년차인 더현대서울의 손익 개선과 면세점 MD 개편으로 면세점 손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지난 2년간 해외 소비의 제약으로 국내 소비에 쏠렸던 소비 여력이 다시 해외 소비로 이전되면서 백화점 손익 개선의 한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국내 백화점 사업자들 대부분이
면세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고, 양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동사의 경우도 해외 소비 회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백화점이 올해 수천억원을 투자해 명품관과 식품·화장품 등을 강화하는 등 점포 리뉴얼에 나선다. 코로나 19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를 전면 탈바꿈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거리두기 완화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거란 전
망도 과감한 투자 결정에 한몫했다.
◇ 올해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3사 경쟁적 리뉴얼 나서

롯데쇼핑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롯데백화점에 5476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백화점에 8863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리뉴얼이다. 소공동 본점의 경우 명품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순차적인 리뉴얼 작업을 지난해 3월부터 진행 중이다. 특히 본점 1, 2층과 지하 1층 등 해외명품 부문 리뉴얼은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컨설팅을 맡았다.
남성 명품관을 루이비통 맨즈 등 30여개 브랜드로 채워 넣은 데 이어 최근엔 여성 명품관을 재단장해 선보이는 등 영업면적의 절반을 명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또 올해 잠실점과 강남점에 대한 전관 리뉴얼을 진행한다. 롯데 상암몰과 대구 수성의 쇼핑타운 등 신규 점포에 대한 투자도 집행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 말 취임 일성으로 “잠실점과 강남점의 고급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1등 백화점을 강남에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4766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2007년 오픈한 경기점의 경우 상반기에 명품관 리뉴얼을 마무리 짓고 하반기에 생활, 패션 전 장르에 대한 공간 개선에 돌입한다. 경기점의 경우 지하 1층과 지상 1층 2개 층에 명품과 화장품 전문관을 들였고 루이비통,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매장을 재단장 중이다. 강남점의 경우 기존에 면세점 자리로 운영되던 공간을 백화점 매장으로 바꾸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1만3223㎡(약 4000평)의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며 서울 최대 규모를 앞세운 강남점은 ‘강남 1위’를 넘어 해외 랜드마크 백화점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신세계는 2027년 완공 예정인 수서역 환승센터 백화점 개발에도 자금을 투자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2000억원을 투자해 6개 점포를 리뉴얼한다. 리뉴얼 대상 점포는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목동점, 대구점, 판교점, 더현대서울 등이다. 압구정본점은 올해 9월부터 해외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리뉴얼을 진행하고 내년엔 식품관과 리빙관에도 손을 댈 계획이다. 판교점과 더현대서울, 무역센터점은 명품 브랜드를 보강한다. 하반기에 판교점에는 에르메스, 더현대서울에는 디올 매장이 각각 문을 열 예정이다.
목동점과 대구점에는 더현대서울의 성공 경험을 적용한다. 더현대서울이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매장을 과감하게 들여 2030 세대에게 호응을 얻었던 만큼 목동점과 대구점에도 연내에 MZ세대 전문관을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가 올해는 신규 출점보다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얼마나 새로운 변화를 주느냐에 따라 고객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업계도 손님맞이에 바쁘다. 주요 업체는 주말부터 시내면세점 영업시간을 최대 1시간 연장한다. 5월부터는 평일 영업시간도 1시간 늘린다.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의무 면제에 따라 빠르게 늘어날 해외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롯데면세점은 여행 수요 회복을 위한 오프라인 쇼핑 대축제를 5월31일까지 선보인다. 이 프로모션은 기존 마케팅 행사와 병행해 진행하는 추가 이벤트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내국인 고객 혜택을 강화했다.
롯데면세점은 내국인 고객에게 최대 200만원의 LDF PAY를 증정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역대 최대 이벤트를 지난 3월부터 진행해왔다. 여기에 더해 시내점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6만원의 LDF PAY를 추가로 증정하는 내국인 기본 혜택도 확대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을 고려한 ‘다이내믹 환율 보상 이벤트’ 도 선보인다. 구매일 기준 롯데면세점 시내점 매장환율 및 구매금액에 따라 LDF PAY를 차등 지급한다. 달러 환율이 1250원 초과 1300원 이하일 때 최대 2만원을, 1300원 초과 시에는 최대 3만5000원을 제공한다.
온라인 쇼핑 혜택도 준비했다. 롯데인터넷면세점 더드림머니 25달러, 카카오페이 결제전용머니 최대 45달러 등 적립금을 추가 증정한다. 온라인 회원등급도 행사 기간에 ‘퍼플’로 업그레이드 해준다. 해외여행의 필수품인 트래블 키트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롯데면세점 시내점에서 200달러 혹은 인천공항점에서 10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친환경 플라스틱프리 3종 비누를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은 4월 한달 간 해외여행 재개 분위기에 맞춰 ‘쓱-여행가자’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럭셔리 패션 뷰티 브랜드를 포함해 워치 및 주얼리, 화장품, 전자 제품 등 총 103개 브랜드를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이 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태국 단체 관광객을 받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소규모 그룹이지만 엔데믹에 가까워져가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돼 상징성이 크다”며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매장 개편 등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고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방역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도 4월 ‘매일매일 출석혜택’ 행사를 진행했다. 하루 한 번 출석체크를 할 때마다 인터넷점에서 사용 가능한 ‘S.REWARDS’ 30포인트를 제공하는 행사였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 물량의 3배 이상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리오프닝 가시화로 관련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 지나친 기대는 금물, 비관론도 고개 들어

패션업계도 리오프닝을 맞아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단계적 일상 회복 기대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에 발맞춰 고객 보은 차원의
‘투게더 위크’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고 있는 갤럭시·로가디스 등 남성복, 구호·르베이지 등 여성복, 빈폴, 메종키츠네·아미·르메르 등 해외 상품을 대상으로 3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였다.
패션 관련 이커머스 업계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전개했다. 리오프닝에 따른 오프라인 소비 증가에 대응해 할인 공세로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온은 브랜드 쇼핑 대축제 ‘롯데온세상’을 진행했다. 1만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주는 혜택이다.
SSG닷컴은 어린이날을 맞아 유아동 카테고리 ‘리틀 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G마켓과 옥션에선 ‘신성통상 패밀리세일’을 진행했다. 신성통상과 계열사 에이션패션의 인기 브랜드 제품을 최대 89% 할인가에 선보였다.
이처럼 유통·패션 업계가 리오프닝에 따른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적 회복이 생각보다 순조롭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리오프닝이 바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더해 각국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이 소멸되면서 사람들이 쉽게 돈을 쓰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10년 만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물가 오름세가 한층 더 가파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간 3%대를 유지하더니 지난달에는 4%를 넘어섰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16.46으로, 전월(114.95)보다 1.3% 높아졌다. 전월 대비 상승률(1.3%)은 2017년 1월(1.5%)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수 자체로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PPI는 8.8% 오르며 1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손진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산품 지수가 계속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PPI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품목에 따라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물가의 선행 지표로 꼽힌다.
치솟는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다. 지난달 10년3개월 만에 4% 넘게 치솟은 소비자물가 오름세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 상승은 실질 소득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삶의 질과 밀접한 문제다. 특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공급 요인은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데다, 물가를 잡으려다 자칫 경기 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쉽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얇아진 지갑의 서민들에게 이자 부담까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에 카드 사용 금액을 합친 가계빚은 지난해 말 1862조 1000억원으로 1년 새 7.8% 급증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04.2%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에 비해 10.8%포인트 늘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미국(79.2%) 일본(63.9%) 프랑스(65.8%)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훨씬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공급망 붕괴,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파도가 몰아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이유다. 가계와 기업 부실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면 우리 경제에 전방위적인 충격이 몰아칠 수도 있는 상황이리서다.
물가는 이렇게 뛰는데 지갑은 홀쭉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0%대에 머물 것이란 경제 전망 보고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국민들이 돈을 쓸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거리두기 방역 조치를 해제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2년 넘게 이어온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나름대로 일상을 회복하는 움직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은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국내 백화점은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주요 백화점 3사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현대백화점은 2021년 2조10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이 2조원대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에 비해 20.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 이익은 3048억원으로 2020년 대비 53.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2조1365억원으로 2조 클럽에 다시 입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매출이기도 하다. 영업이익도 두 배가량 늘어난 362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8.8% 증가한 2조88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6.4% 증가한 3490억원을 거뒀다.
코로나19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억제됐던 소비 심리가 폭발한 데다 여행길이 막히자 해외여행에 쓸 비용을 명품 소비로 돌리면서 이들 수익이 전반적으로 크게 좋아졌다. 이를 뒤집어보면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명품 보복소비가 감소할 경우, 백화점 업계의 호황이 주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명품 소비 금액의 상당수가 해외여행 및 현지 아웃렛 등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보다 무서운 경기침체 올 수 있다’

주요 패션업체 역시 지난해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외출과 출근 수요가 늘어난 데다 소비심리까지 개선되면서 의류 구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1조7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00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찍었다. LF 매출액은 1조7931억원, 영업이익은 1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3%, 106.1%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4508억원, 영업이익은 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 172.4%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현대백화점 계열 한섬은 매출액 1조3874억원, 영업이익 152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 49.1% 증가했다. 과거에도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경제 전망의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지만, 이내 비관론으로 돌아서기 일쑤였다.
앞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 기획재정부는 2020년 1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점차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과 건설투자도 조정 국면이라고 봤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본격 시작된 후인 같은 해 2월 기재부는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정도 및 지속기간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 및 우리나라 경제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코로나19에 경제 비관론은 계속됐다. 2020년 5월 이태원발 집단 감염에 기재부는 “내수 위축으로 실물 경제 하락 위험이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순 내수 개선 흐름이 예상됐지만, 이내 다시 실물 경제 불확실성이 언급됐다.
단계적 일상 완화 정책을 시행한 지난해 11월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고용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대면 서비스업 등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연말 오미크론 확산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재부는 다시 한 달 만에 코로나 확진 증가 및 방역 조치 강화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에 내수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주가와 관련해서도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이다. 그간 거리두기가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그동안 리오프닝 관련주가 급등락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리오프닝 기대감이 주가에 일부 선반영돼 있을 수도 있다.
실제 대표적인 리오프닝 관련주였던 항공주의 경우 이미 해외여행이 재개됐던 시점에 일제히 상승한 탓에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 18일에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엔터주 역시 콘서트 재개에 따른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리오프닝 테마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