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호이안에 위치한 ‘반미프엉’은 베트남 전통 음식인 반미(bánh mì)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가운데 한 곳이다. 40년 전통의 반미프엉은 베트남에 단 한 개의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다.
반미는 유럽의 바게트가 베트남에 전파되면서 바게트 속에 야채와 고기, 소스를 넣어 만들어진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말한다. 반미는 과거 베트남이 130년 동안 프랑스 식민지였을 당시 프랑스에 의해 탄생하게 됐고, 당시 무역의 중심지인 호이안에서 시작해 전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미를 취급하는 베트남 최고 음식점으로 불리는 반미프엉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CNN의 ‘맛 컬럼리스트’였던 ‘앤서니 보데인’이 반미프엉의 반미를 세계 최고의 빵으로 소개하면서 호이안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라고 소개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수많은 유명 푸드회사들이 반미프엉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해 제휴를 요청했지만 할머니 때 시작한 반미프엉을 물려받아 현재 운영 중인 프엉 여사는 이를 모두 거절해왔다.
그만큼 만남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문턱이 높았던 반미프엉이 2019년 5월 서울 연남동에 문을 열었다. 베트남 호이안에 단 한 개밖에 없던 반미프엉이 해외 첫 번째 매장이면서 전세계 두 번째 매장을 서울 연남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 연것이다.

쟁쟁한 글로벌 푸드회사들을 제치고 반미프엉을 서울에 유치한 주인공은 선호F&B의 김종현 대표이다. 선호F&B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속초코다리냉면 22개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있는 유통 업계에 나름 인지도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반미프엉은 별도법인 반미프엉코리아를 통해 전개하고 있다.
“반미프엉을 한국에 가져오려고 갖은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처음엔 그쪽에서 만나주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서 반미에 대한 애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촌 동생과 베트남 전역을 다니면서 각 지역의 반미를 먹어 본 후 느낀 점을 하나하나 리포트로 작성했어요. 이 리포트를 들고 반미프엉 매장을 다시 찾았을 때 그곳에서 프엉 여사를 만나 고대하던 비즈니스 미팅을 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프엉 여사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 전역에 있는 반미 음식점 200여곳을 다니면서 직접 먹어 본 반미에 대한 일종의 ‘맛 기행문’을 써서 이를 갖고 반미프엉을 다시 찾은 자리에서 프엉 여사와 자연스레 미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 미팅이 비즈니스로 이어져 결국 베트남 최고 반미 음식점인 반미프엉을 서울에 유치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김 대표는 프엉 여사와 만난 당시를 떠올리면서 “단 5분간 이야기하기로 하고 시작한 미팅이 장장 5시간이 걸릴 정도로 대화하는 내내 분위기가 좋았어요. 특히 서로 갖고 있는 음식에 대한 철학과 가치, 바라보는 시각이 일치해 마음이 통했다고 할까요?. 그렇게 의미있는 시간을 통해 신뢰가 쌓였는지 그 자리에서 사업을 함께 하기로 약속까지 하게 된 겁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김 대표는 반미프엉에 대한 한국 내(內) 사업권을 따냈지만 막상 서울에 오픈하려고 해 보니 메뉴와 맛, 첫 매장 장소와 건물, 인테리어 등을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김 대표가 평소 철학처럼 여기고 있던 생각 ‘음식은 문화이다’를 반미프엉 매장 오픈에 실현하면 빠른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음식점은 단순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닌 그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평소 ‘음식은 문화이다’라는 말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반미프엉 서울 1호점은 베트남 호이안의 문화를느낄 수 있도록 현지의 모습 그대로 옮겨 놓으면 결국 안착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반미도 현지 오리지널 맛 그대로 제공하기로 결정했고요.
결국 한 나라의 식당과 음식은 그 나라와 지역의 문화를 제대로 담을 때 다른 지역과 나라에서도 안착이 되고 탄탄한 운영이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김 대표는 반미프엉 서울 1호점에 베트남 호이안의 문화를 담기 위해 많은 땀을 쏟았다. 매장으로 사용할 대상 건물을 구할 때도, 강남ㆍ강북ㆍ지방 등 여러 지역의 물건을 살펴보았지만 결국 연남동 연트럴파크 골목에 위치한 현재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독주택 건물이 가장 현지 분위기와 비슷했다. 이곳을 호이안 현지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으로 판단해 최종 결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있는 인테리어 자재, 소품 등을 전면 수입해 사용했고, 바닥과 천정, 벽면 등도 현지 모습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반미 맛도 마찬가지 오리지널 맛을 그대로 내기 위해 소스를 비롯해 각종 식자재를 수입해 사용하고, 수입이 안되는 소스의 경우는 서울에서 직접 현지와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여러번 개발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현재 1호점은 연트럴파크의 꽃길을 끼고 있는 곳에 위치한 단독 주택입니다. 이곳이 호이안의 모습과 많이 닮아 1호점으로 낙점했습니다. 또 현지의 반미 맛을 내기 위해 바게트 종류인 반미는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밀을 하나하나 성분 분석 후 결국 맞는 밀을 찾아낸 겁니다. 또한 반미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빠테가 중요해요. 빠테는 주로 닭과 거위 등의 간으로 만들어 반미에 발라먹는 일종의 페이스트입니다. 빠테도 수입이 아닌 달걀과 돼지 간으로 직접 만들어 현지 맛이 나도록 해 사용하고 있고요.”

이처럼 서울 연남동의 반미프엉 매장은 건물 모습과 분위기, 내부 소품은 물론 반미 재료인 바게트와 발라 먹는 빠테까지 현지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맛도 현지 맛을 내기 위해 십분 노력을 기울인 곳이다. 결국 베트남 호이안에서 서울 반미프엉 매장을 직접 찾은 본사 대표겸 오너인 프엉 여사는 반미 맛을 보고 난 후 현지 맛과 너무 동일하면서 맛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많은 고객들로부터 마치 베트남 현지에 온 같다면서 매장 분위기와 맛이 너무 좋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어떤 고객은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것 아니냐?’, ‘여기 사장님은 베트남 몇 년 살았느냐?’라고 물을 정도로 마치 현지인이 서울에 와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 같다면서 높은 호응을 보였다.
결국 김 대표의 계획과 추진대로 베트남 문화를 담아 오픈한 서울 반미프엉 1호점은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며 안착했다. 처음엔 베트남 등 해외 고객 비중이 높다가 3년이 지난 지금은 해외 고객은 그대로인데 국내 고객이 크게 증가한 모습이다. 또한 방문했던 고객들은 스스로 ‘맛있다’라는 표현을 자신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 자연스레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반미 오리지널 맛에 국내 고객들이 호응하고 점차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코로나펜데믹인 지난해에도 서울 반미프엉 매장은 나름 안정적 매출과 함께 선전했다. 이로 인해 반미프엉에 대한 유통가의 러브콜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백화점, 쇼핑몰, 아울렛, 로드숍 등 입점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미프엉은 조만간 대전에 신규 매장을 오픈한다. 이곳은 국내 2호점이면서 글로벌 3호점이 된다.
“반미프엉은 현지의 맛을 그대로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매장을 많이 열어야 하는 브랜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가 있다면 반미프엉은 그렇지 않은 브랜드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그것도 호이안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곳, 여기에 오리지널 맛을 정말 제대로 내는 곳을 고집하려면 많은 지점이 생겨서는 불가능합니다. 조만간 새로 오픈하는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에 내는 매장은 3년만에 여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베트남의 문화와 맛을 지키기 위해 신중하게 매장을 확장하고, 꼼꼼하게 관리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김 대표는 프엉 여사와 약속한 신의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약속은 다름아닌 반미프엉을 한 입 물었을 때 이게 베트남 맛이지.!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현지 맛을 유지하고, 돈을 쫓다가 품질을 떨어뜨리는 등 음식으로 장난 치지 않고 진정성있게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말한다.
김 대표는 다시 한번 해외 음식점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와 맛을 제대로 배우고, 이를 철저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하게 흉내내기 하는 것은 안통한다면서 애초에 그렇게 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한편 김 대표가 운영하는 선호F&B의 주력 브랜드 속초코다리냉면은 22개점 모두 매출은 물론 효율까지 높게 나와 성공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백화점 등 주요 유통시설에서 동일 조닝 내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이 또한 입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속초코다리냉면 브랜드는 매장 추가에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반미프엉은 차근차근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해 단계별 매장 확장과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