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8월 23, 2025
No menu items!
HomeExclusive타임지가 선정한 국내 최초의 와인 전문숍 ‘더젤(The Jell)’

타임지가 선정한 국내 최초의 와인 전문숍 ‘더젤(The Jell)’

300여 종의 와인과 남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스테이크의 향연

지난 1992년 이태원 경리단길에 문을 연 ‘더젤(대표 이제춘)’은 국내 최초의 와인 전문숍으로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와인’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00년대 초 ‘국내 최초 와인숍’, ‘국내 최초 와인바’, ‘국내 최초 와인 멤버십 클럽’을 시도한 더젤은 미국 유력 일간지 ‘타임’과 매년 세계적인 도시의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루이뷔통 시티 가이드북(2013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 레스토랑으로 소개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3층 다이닝 공간.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VIP 멤버십 전용 클럽으로 운영되던 이곳은 층마다 개별 룸이 마련되어 있어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정재계 인사들의 비밀 사교 클럽으로 인기가 좋았다. 그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국내 와인 열풍을 일으킨 ‘신의 물방울’의 저자 기바야시 신 남매가 이곳을 방문했을 정도다.

100년 넘은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 외벽에 꾸며진 팝아트가 인상적이다.

이후 2012년부터는 멤버가 아닌 일반 고객에게도 개방되어 총 300여 종의 품질 좋은 와인과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와인바&다이닝으로 운영되고 있다.

◇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 최상의 요리로 재탄생

4층 루프탑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독대에는 더젤의 요리에 사용될 자하젓과 토판염이 10년 이상 숙성 중이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던 지난 4월, ‘남산 뷰맛집’, ‘프로포즈 명소’,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인기몰이 중인 이태원 ‘더젤’을 찾았다. 예약 손님들로 한창 붐벼야 할 이곳은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한산한 틈을 타 매장 재정비에 한창이었다.

예술가 집안에서 자란 이제춘 대표는 가구 하나, 소품 하나, 건물 페인트칠 하나도 자신의 손을 거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이러한 집요함 때문에 지난 28년 동안 2000번이 넘는 공사가 이뤄졌다고. 평소 발효음식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는 이번에 새로 개발한 ‘자하 젓 파스타’와 ‘산타페 샐러드’를 내오며 언제나 그랬듯 발효음식에 관한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제춘 더젤 대표.

“한국 사람들이 왜 머리가 좋은 줄 아세요? 바로 발효음식 때문이에요. 흔히 젓가락 문화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그 이전에 발효음식이 발달했기 때문에 젓가락 문화도 발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한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자부심을 느껴야 해요. 한우가 왜 맛있는지 아세요? 바로 여물을 먹여서 그래요. 소도 사료 먹인 소와 건초를 삶아 여물로 만들어 먹인 소랑 육질 자체가 달라요. 이것만 보더라도 발효음식이 얼마나 대단해요? 한국의 발효음식, 잘만 응용하면 전 세계를 석권할 수 있어요.”

그를 처음 알게 된 10년 전부터 매년 방문할 때마다 새로 출시했다며 내온 메뉴에는 하나 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겉모습은 분명 정통 이탈리아 요리인데, 핵심 재료는 발효음식인 젓갈과 10년 이상 숙성시킨 토판염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루프탑이 있는 4층 옥상으로 올라가면 햇볕이 잘 드는 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독대가 눈에 띈다. 보는 이마다 “와인바에 왠 장독대?”라며 의아해하지만, 그 안에는 이제춘 대표가 직접 공수해온 토판염과 자하젓이 10년 넘게 숙성 중이다. ‘회색소금’이라고도 불리는 토판염(土版鹽,gray salt)은 갯벌을 롤러로 편평하게 다져 만든 흙판에서 전통적인 천일제염법으로 생산되는 소금을 말한다. 만드는 과정이 워낙 까다롭게 힘들어 일반 천일염에 비해 가격대가 비싼 편이다.

◇ 와인 애호가들이 극찬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한우 안심스테이크.

최근 스테이크 소비가 늘면서 숙성방법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드라이에이징(Dryaging)은 건조숙성을 뜻하고, 웻에이징(Wetaging)은 습식숙성을 뜻한다. 특히 국내에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은데, 진정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맛보고 싶다면 더젤을 추천한다.

더젤의 스테이크는 크게 안심 스테이크와 티본 스테이크, 칡소 스테이크 세 가지로 나뉜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고깃덩어리를 그대로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수분과 피를 증발시키면서 고깃덩어리 겉에서부터 효모의 작용으로 숙성시키게 되는데, 온도와 습도를 최상의 발효 상태로 유지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어요. 일반 스테이크와 달리 숙성과정을 거친 스테이크는 장기 숙성을 통해 약알칼리성으로 바뀌고, 유산균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육질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게 특징이에요.”

맛에 있어 누구보다 까다로운 그는 직접 고기를 숙성시키는 대신 50일 숙성육으로 유명한 장인의 고기를 맛본 후 그곳의 드라이 에이징 비프를 직접 공수해 다이닝 메뉴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칡소 스테이크인데, 그는 우리나라 전통 소인 칡소를 산지에서 직접 공수하여 스테이크 메뉴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 한우보다 20% 정도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칡소는 지방함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씹을수록 고소하고 식어도 전혀 질겨지지 않는다. 육질 자체도 비단결 형태를 띠고 있어 칼로 썰 때마다 음악 소리가 나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그다.

“화가 이중섭 선생이 즐겨 그린 소가 바로 우리의 고유 품종인 ‘칡소’예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소개량을 위해 대부분 반출돼 멸종되다시피 했는데, 우연히 2마리가 남아있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 두 마리가 지금은 2000마리가 됐고, 처음에는 울릉도에서 30개월 이상된 칡소만 공수해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강원도 대관령 목장에서 방목해서 키운 칡소를 매월 한정수량 들여와 사용하고 있어요.”

총 36가지 재료가 들어간 산타페 샐러드.

이외에도 여성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산타페 샐러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냥 보면 샐러드 위에 치즈만 얹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총 36가지 재료가 들어가있어 씹을수록 오묘하면서도 다양한 맛이 난다. 와인과 함께 맛을 음미하며 오직 미각에 집중해 숨은 재료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최근 특허까지 받아낸 자하젓 파스타는 청정지역에만 서식한다는 자하로 담근 자하젓에 마늘대, 새우, 애호박 등 가장 한국적인 재료를 이탈리아 요리에 접목시킨 요리다. 참고로 자하는 바다 새우 중에서도 가장 작고 연하며 어획했을 때는 몸체가 투명한데, 젓을 담그면 붉은색으로 숙성되는 최상급 새우젓을 말한다. 자하젓을 ‘젓갈의 로마네꽁띠’라고 표현하는 그는 앞으로도 발효음식에 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와인샵부터 와인바&다이닝까지 한 번에 즐긴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더젤’은 지하 1층부터 4층 루프탑까지 총 5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부터 4층 루프탑까지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더젤은 100년 이상 된 고벽돌로 한층 한층 쌓아 올렸다. 고벽돌이 단열효과가 있어 여름에는 수분을 빨아들여 시원하고, 겨울에는 수분을 내뱉어 춥지 않고 냄새도 제거해주는 효능이 있단다.

“처음 와인숍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지금의 자리에 있던 2층짜리 옷가게를 사들여 와인과 빵, 올리브, 살라미, 향신료 등을 파는 해외 식료품 판매점으로 시작했죠. 이후 이곳을 대한민국 최고의 와인바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으로 매년 조금씩 꾸며나가기 시작했어요.”

1층 와인샵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취향대로 구매할 수 있다.

오랜 공사 끝에 지하 1층은 천연 와인창고로 활용하고 있고, 1층은 와인샵, 2∼4층은 와인바&다이닝으로 완성했다. 층마다 프라이빗한 룸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2층과 3층, 루프탑에서는 남산의 사계를 감상하며 와인을 즐길 수 있다.

1층 와인숍에서는 최소 1만원대 와인부터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와인까지 만나볼 수 있으며, 지하 천연 와인셀러에는 부르는 게 값인 1800년산 와인부터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마고 등 프랑스 최고급 와인인 그랑크뤼 1등급까지 다양한 올드 빈티지를 갖추고 있다. 이제춘 대표는 프랑스 와인을 한국에 전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르고뉴와 샤블리에서 기사 작위를 두 개나 받기도 했다.

2층 다이닝룸은 아늑한 분위기에서 소모임을 즐길 수 있다.

‘경리단길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한국의 와인박물관’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는 이태원 더젤에서 가장 특별하고 뜻깊은 만찬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주소 :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67
영업시간 : 매일 12:00~23:00 와인샵
매일 12:00~15:00 와인 다이닝 런치
매일 15:00 – 23:00와인 다이닝 디너
휴무 : 매주 일요일·공휴일
매월 첫째, 셋째주 월요일

RELATED ARTICLE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Popula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