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 해제 조치로 국내 관련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1월 들어서는 그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에 상승했던 관련주가 올해 1월에는 상승세가 완만하게 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결과를 보이는 종목도 나타났다. 먼저 지난 연말 상승세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던 중국이 3년 만에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관련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지난해 초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중국은 달랐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우한 지역 긴급봉쇄를 시작으로 약 3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했다.
봉쇄 정책으로 인한 중국은 실물 경제의 타격이 컸고, 외국 기업의 투자도 급감했다. 특히 국내에선 면세·화장품업과 여행업은 대표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 업종이었는데도 중국 시장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그간 봉쇄정책으로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위기를 맞은 건 이로 인한 정치·경제적 피로도는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 며칠 전 베이징 고가도로에 제로 코로나 반대 현수막이 걸렸으며, 11월 강력한 봉쇄 정책이 피해를 키운 신장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사고 이후 전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시위’가 확산했다. 봉쇄 정책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더는 억누를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결국 중국은 지난해 12월 7일 제로 코로나 정책의 상징이었던 상시적인 PCR 전수 검사를 폐지했다. ‘감염자 수용소’로 불렸던 시설 격리도 없앴다.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대규모 주거 단지 봉쇄도 사라졌고, 여행과 이동을 막았던 지역간 이동자에 대한 음성증명서 제출 의무도 폐지했다.
◇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 지난해 12월 큰 폭으로 상승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폐지되면서 국내 증시가 반응했다. 중국향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도 회복되면서 PCR 전수 검사를 폐지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8일 종가를 1달 전과 비교하면 주가가 대부분 두 자릿수 넘게 상승했다.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대형 화장품 기업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1월 8일 10만 6000원에 장을 출발했는데, 1달 뒤인 12월 8일엔 13만5500원에 마감하면서 27.83%나 상승했다. LG생활건강 역시 57만원이던 주가가 67만9000원에 마감하면서 19.12%의 상승세를 보였다.
애경산업은 같은 기간 30.07%(1만4800원→1만9250원)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현지 및 중국향 수출 매출 비중은 70% 수준이다. 애경산업과 LG생활건강도 중국 관련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중견 화장품 기업 코스맥스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25.99%나 올랐다.
3년째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면세점들도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을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면세점 매출은 1조4501억원으로, 이중 외국인 매출은 1조3010억원이었다.
일본과 동남아 여행객의 방한 수요가 급증하며 면세점 총 매출은 9월(1조 8856억원)과 10월(1조 7682억원) 코로나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중국 보따리상, 일명 ‘따이궁’의 발길이 줄어 있어 객단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월 매출 2조원을 훌쩍 넘기던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려면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이 절실하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 방역 규제 등의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창립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폐지 수혜주가 된 호텔신라의 주가는 6만4200원에서 7만8700원으로 22.59% 상승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실질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와 함께 따이공 수가 회복되면서 한국 면세 시장도 다시금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까지 회복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90% 수준으론 회복하리란 기대가있다”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여행 재개 가능성이 열린 여행업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주가 분위기가 좋았다. 하나투어(15.20%)와 모두투어(9.77%) 모두 올랐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놓은 제과기업인 오리온의 주가 역시 19.07%란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패션종목에선 F&F홀딩스의 주가 상승률이 76.57%로 가장 눈에 띄었다.
중국 당국은 1월 들어 입국자 격리도 폐지했다.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단기 관광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입국자는 누구나 강제로 시설에 최장 3주간 격리시키는 등 입국을 대폭 제한해왔다가, 올해 들어 사실상 국경을 개방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1월 들어 이들 업종의 주가 상승률이 한풀 꺾였다. 이 기간 중국이 제로 코로나 폐지에 위드 코로나 정책을 더 강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흐름이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자마자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했다. 베이징, 톈진 등 대도시에선 감염자가 50%를 넘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불안한 중국 국민들은 감기약 사재기에 나섰고, 마스크 품귀 현상도 보고됐다.
중국은 가뜩이나 선진국에 비해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더욱이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중국산 백신을 맞아온 터라 집단 면역도 형성하지 못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입국자에 대한 방역조치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의 리오프닝 관련 주가의 상승세 주춤한 것으로 파악됐다.
◇ 중국, 감염자 급증에 확진자 수 비공개 등에 다시 불안감 가중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 사망자수 통계를 업데이트 하면서 지난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가 1만 3000여명이라고 밝혔지만, 글로벌 사회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포기 이후 일일 확진자수 공개를 중단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자 수 역시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생겼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이에 1월 들어 중국 리오프닝 관련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완만해진 것이다. 여기에 중국 자체의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설 연휴가 시작하기 직전 2주간(2023년 1월 9일~1월 20일)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히던 기업의 주가 등락률을 보면 아모레퍼시픽은 8.00% 오르는데 그쳤고, LG생활건강 역시 주가 상승률(3.86)이 신통치 않았다. 애경산업 역시 3.11%로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연말과는 딴판인 모습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4.50% 상승할 만큼 증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주가가 제자리에 맴돌았던 셈이다. 오리온의 주가 역시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밑도는 증가율(1.24%)을 기록했다.
호텔신라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1월 9일 8만4700원으로 장을 출발했는데, 20일엔 8만2800원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더라도 우리나라 기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려면 올해 하반기는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역 조치가 완화됐지만 아직 혼란한 상태에 있고, 중국의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아 실제로 중국인들이 지갑을 넉넉히 열 수 있는 시점은 아무래도 상반기는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연간 목표치 절반 수준인 3.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문화대혁명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양회 때 제시한 목표치 5.5% 안팎의 반 토막 수준이며, 전년도 8.4%와 비교하면 5.4%포인트가 추락했다. 제로 코로나 봉쇄에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 부동산 냉각 등이 줄줄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줬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도 2.9%에 머물렀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던 거대한 인구도 60여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지난해 전체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전년보다 85만명 감소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건 ‘대약진 운동’으로 인한 대기근 여파로 인구가 줄었던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유엔이 예측한 인구 정점 도달 시점인 2031년보다 9년 빨라진 것이다. 중국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인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게 점점 까다로워진다는 설명과 맥을 같이한다.

더구나 올해 들어선 국내 기업이 현지 인력파견과 신규계약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한국인의 중국행 비자 발급을 상당 부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하늘길이 열린 가운데 중국인 확진자가 쏟아지자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발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과 항공편 추가 증편을 제한하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후 코로나19검사를 의무화했다. 그러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중국 당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72시간(3일)0183144시간(6일) 동안 중국을 경유하는 비자를 면제하는 제도를 막았다.
중국 상하이에 사무실을 둔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교역 상담이나 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려던 기업인들이 현재 발이 묶여 비즈니스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 상황”이라면서 “입국 규제가 풀리면 비자 발급은 금방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약 다른 외교 문제로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리오프닝 관련주가 단기적 악재에 조정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의 경우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외교 문제가 얽히면 언제든 무역 통로를 제한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