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코리아와 아디다스 판매(대리)점과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격화되고 있다. 아디다스의 전국 판매점 파트너(점주)들은 2021년 회사에서 발표한 장기적 5개년 경영 방침인 ‘온 더 게임 2025(Own the game 2025)’가 자신들을 말살하려는 불공정한 정책으로 판단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들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온 더 게임 2025’는 지난해 3월 독일 아디다스 회사가 발표한 중장기 경영전략이다. 2025년에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즉 DTC(Direct to Consumer)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문제는 ‘온 더 게임 2025’의 구체적 실행 안에는 한국 내 기존 160여개에 달하는 파트너 수를 20개 남짓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20여개 정도를 뺀 나머지 130여명의 파트너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더 이상 아디다스코리아의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매장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리게 됐다. 현재 아디다스코리아의 160여개에 파트너가 운영하는 매장 수는 약 350여개에 이른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 1월 12일, 아디다스코리아는 전략 발표회를 열고 모든 판매점 파트너(점주)들에게 새로운 사업계획서(Own the game 2025)를 2월 18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매장을 통·폐합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점주), 즉 미래를 함께할 ‘퓨처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대폭 줄이고, 직영점과 대형 판매점, 그리고 온라인 중심의 새로운 DTC 판매 전략을 펼치겠다는 아디다스코리아의 포석이 담겨 있다.
이에 대다수의 아디다스 파트너들은 즉각 반발했다. ‘권역별 통폐합’이 곧 판매점 구조조정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퓨처 파트 선정에서 탈락된 경우 파트너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고, 판매점을 통·폐합할 경우 대부분의 매장은 폐업이 불가피할 게 뻔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판매점 파트너(점주) 단체인 ‘아디다스 대리점 협의회’는 당시 회사가 퓨처 파트너 선정을 위해 공지한 사업계획서 제출 기한을 일정 기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선정 방법이 공정한지를 놓고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이 마저도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협의회 관계자는 “영업 중인 대부분의 매장은 수십 년간 아디다스코리아의 파트너로서 동거 동락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서의 내용만으로 파트너 지위를 잃게 한다면 이는 너무 가혹한 정책”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지난 6월 27부터 29일까지 3일간 개최한 수주회에 참석한 전국 주요 파트너(점주)들이 항의용 조끼를 입고 피터 곽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하지만 아디다스코리아는 요지부동이었다. 당초 공지한대로 2월 18일까지 사업계획서를 받았고, 회사의 기준에 따라 퓨처 파트너 선정을 밀어붙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업 계획서는 40여개 파트너들만 제출하게 됐고 나머지 100여개 이상 파트너들은 제때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여러 요인으로 탈락되자, 과연 ‘공정한 선별과정’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후 최종 20여개 퓨쳐 파트너가 선정됐고, 이들은 5월 20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그들 만의 리그처럼 별도로 모여 회사가 준비한 사업설명회를 통해 향후 추진 계획을 공유받았다.
[테넌트뉴스]가 단독 입수한 ‘아디다스 퓨처 파트너 선정 결과 안내의 건’ 공문을 보면 지난 4월 29일, 아디다스코리아는 아디다스 판매점 파트너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문을 첨부해 메일을 보냈다. 발신인은 아디다스코리아의 영업 담당이다.
“최고의 제품과 최상의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한 DTC 중심의 비즈니스로 빠르게 변하는 리테일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아디다스 글로벌에서 추진하고 있는 ‘Own the game 2025’ 전략에 맞춰,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주신 모든 판매점 대표(파트너)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략…면밀히 검토한 결과, 미래 비즈니스를 함께 할 주요 유통 채널 파트너 선정에 이어 지역 파트너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기에 알려드립니다.”

요약하면, 아디다스코리아와 계속 거래를 이어갈 지역 판매점 파트너를 최종 선정했다는 공문이다. 실제로 이 공문엔 전라, 경상, 충청, 제주, 서울 경기 등에 ‘퓨처 파트너’로 선정된 파트너사 명단이 나열돼 있다. 최종 선별 과정과 기준에 대한 내용은 모호하다
◇ 퓨처 파트너서 탈락된 판매점,2025년까지만 간판 달 수 있어
퓨처 파트너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판매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디다스코리아는 퓨처 파트너에 선정되지 못한 판매점 파트너와의 향후 거래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상품거래계약은 대표님(파트너)께서 동의하실 경우 올해 2022년 거래에 추가해 최장 2024년 12월 31일까지 연장가능 합니다. 단, 거래 연장 시 공지드린 대로 수주 회의 참석 등을 통한 제품 주문은 2024년 가을ㆍ겨울 제품까지로 한정됩니다. (즉, 2025년 봄ㆍ여름 시점에 판매할 대상 제품부터는 오더(주문) 불가)” 선정되지 못한 판매점 파트너(점주)는 최장 2024년 12월 31일까지만 아디다스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재고를 다 소진할 수 있게끔 아디다스 브랜드 판매 사용기간(매장 운영 기간)을 2025년 6월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1998년 한국에 진출해 26년 차인 아디다스코리아는 현재 약 350여개의 판매점을 두고 있다. 10년전엔 500여개가 넘게 있었지만, 이커머스의 확대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350여개 아디다스 매장을 보유한 판매점 파트너 수는 160여명이다. 한 명의 파트너가 복수의 매장을 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선정한 퓨처 파트너의 수는 20여명이다. 이들이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평균 4개의 매장을 관리한다고 보면 3년 뒤엔 오프라인 매장을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아디다스 파트너(점주)는 “아디다스코리아가 판매 계약 기한을 2025년 6월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3년 뒤엔 아디다스 간판을 달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새롭게 자금을 투자하고, 에너지와 열정을 갖고 매장 운영에 나서는 점주가 과연 얼마나 되겠냐”면서 “사실상 지금부터 다른 브랜드를 알아보거나 장사를 접어야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됐다”고 토로했다.
결국 퓨처 파트너에서 제외된 나머지 상당수의 파트너(점주)들은 지난 6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 대부분은 십 수년 이상을 아디다스코리아의 파트너(점주)로서 현장에서 장사를해왔는데, 갑작스레 ‘3년 뒤 계약 종료’란 시한부 조건 통보를 받고,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는 낙담에 빠졌다. 이 같은 아디다스코리아의 불공정한 횡포와 갑질을 규탄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결성됐다. 향후 비대위는 정치권이나 미디어에 접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회사의 불공정한 정책을 알리고 이를 반대하기 위한 운동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플로깅(Plogging)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이 같은 사회 공헌 활동이 무색하게 그간 파트너들에게는 판매 부진 상품 떠넘기기 등 불공정한 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판매점 파트너들의 집단행동이 아디다스코리아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디다스코리아 입장에선 매년 매출이 감소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심한 끝에 내놓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Own the game 2025’ 역시 아디다스코리아가 아닌 글로벌 본사에서 정한 경영 정책이다. 뿐만 아니라 아디다스코리아가 최종 판매 계약 기간을 2025년 6월 30일까지로 시간을 둔 것도 ‘판매점 파트너들이 충분히 다른 브랜드나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 파트너의 요청으로 이 문제의 법리적인 검토를 진행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회사가 올해 1월 전략발표회를 열어 위 내용을 모든 파트너에게 알리고,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한 것은 파트너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할 수 있고, 대리점 통·폐합은 경영상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 “또는 계약기간이 만료돼 계약서에 정한 사유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 다수는 아디다스코리아가 법망은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덕적인 명분을 두고 다투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디다스코리아는 한때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견조한 실적을 거둔 적이 있다. 나이키와 같은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갖췄었다. 이러한 실적과 파워를 갖출 수 있게끔 보좌한 게 바로 이들 판매점 파트너들이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유한회사로 과거 실적을 외부에 공개하진 않지만, 업계에선 2010년대 중반부터 코로나팬데믹 이전까진 꾸준히 1조원이 넘는 매출 실적을 기록해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매출은 전국 파트너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실적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최근 2년은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던 전환기였다. 코로나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아디다스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팔던 전국의 판매점들의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아디다스코리아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던 2020년부터 판매점 매출이 하락했고, 코로나의 장기화로 지난해엔 타격이 심했다”면서 “이전에도 매출 하락으로 힘들었는데 코로나19때에는 더 심해 대부분의 파트너가 30%가량 매출이 꺾였고, 일부 매장은 매출이 반 토막이 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국의 파트너들은 회사 차원의 대대적인 할인 판매가 있을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함께 동참하는 등 회사의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또한 회사가 주문 금액을 늘려 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에도 파트너들은 큰 반대 없이 이를 수용해왔다. 이처럼 파트너들은 회사의 그간 요구와 일방적 정책 등에 대해 거절하기 보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간다는 생각으로 수용하고 동참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파트너들의 그간 헌신과는 무색하게 이번에 파트너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에 대해 파트너들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아 ‘결사반대’ 운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어렵고 혼란스럽던 코로나팬데믹 시점에 아디다스코리아가 판매점 구조조정 안을 만든 것은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고민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들을 없앨까’하는 오히려 ‘파트너 살생부’를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여기에 파트너 살생부의 1순위 선정 기준이 회사와의 거래 조건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1개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이 집중 타켓이 된 점을 볼 때 단지 규모가 작은 영세 점주라는 이유로 살생부 대상에 포함시킨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월드컵, 올림픽 등 공정한 스포츠 정신을 담은 아디다스라는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그간의 이미지에 타격이 예상되고, 실망감을 넘어 소비자들로부터 제품까지 외면을 받게 되지 않을까우려되는 부분이다.
◇ 아디다스코리아, 매출 1조원 달성 일등공신 헌신짝처럼 버려
코로나팬데믹 기간에 매출이 속절없이 추락하던 때에도 파트너들이 버텨왔던 건 엔데믹 시기에 매출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션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선 나이키가 아디다스의 매출을 크게 뛰어넘고 있지만, 한국시장에서 만큼은 아디다스의 위상이 나이키에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면서 “아디다스가 한국 시장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아디다스코리아와 판매점 파트너들이 서로 믿고 협력하면서 적극적으로 제품을 팔며 매출을 일으켜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아디다스코리아는 국내 스포츠 패션 업계에서 파트너들과 파트너십이 탄탄한 브랜드로 유명했다. 회사는 파트너들에게 ‘원팀’을 강조하면서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워크숍 자리를 가질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세컨드 제네레이션’이란 행사는 특별했다. 파트너들의 2세가 판매점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때 파트너들의 자녀를 아디다스 회사 내에서 근무하는 것까지도 유도했다.
그 만큼 회사와 파트너, 파트너와 파트너 사이의 관계는 끈끈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판매점 파트너 대부분이 10년, 20년 넘게 아디다스 간판을 달고 판매에 투자를 해왔던 것도 회사와의 관계가 우호적이었고, 회사가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이란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파트너들이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전국의 메인 상권에 대형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것도 마찬가지로 회사와의 탄탄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리잡은 아디다스코리아의 반복된 불공적한 거래 행태는 신뢰에 금이 가는 계기가 됐다.
아디다스코리아와 파트너 사이의 상품 거래 방식은 위탁 판매가 아닌 사입 방식이다. 물건을 도매 가격으로 매입하고 권장소비자가격으로
판매해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평소 파트너들은 회사가 잘 돼야 그 다음 자신들도 잘된다고 생각하고, 회사의 결정에 따라왔다. 이게 바로 상생이고 윈윈하는 길이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간 회사가 제품 매입을 압박하거나, 마진을 갉아먹는 회사 차원의 제품 할인 행사 등 불합리한 일들이 있더라도 판매점은 감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불공정 거래를 반복했다. 파트너들은 회사가 밀어내는 제품을 원치 않지만 앞으로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떠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불공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판매점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한 대표적인 불공정한 사례가 바로 상품대금 납부지연금에 적용한 금리이다.
판매점 파트너들은 매입한 제품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해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상품대금이 지연될 때가 있다. 이때 아디다스코리아는 해당 지연금에 연 12%의 연체 이자를 물리는 고리대금업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때 12%를 적용했던 금리는 현재는 낮춰 6%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과도한 연체 이자가 쌓여 빚더미에 앉아 폐업을 결정한 파트너도 있다”면서 “회사는 연체대금과 연체이자를 미납하는 파트너를 대상으로 담보(부동산등)에 대한 압류와 회수를 전담하는 집행부서도 뒀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디다스코리아와 파트너 사이에 지금까지 이러한 불합리한 일련의 사태가 있었음에도 나름 관계가 유지돼 왔던 것은 회사가 파트너에게 주었던 신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회사와 파트너의 신뢰 관계가 깨지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해 10월 회사의 CEO가 바뀌면서 본격화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디다스코리아는 2019년부터 파트너 구조조정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9년 임원진의 대대적인 물갈이와 동시에 폴파이(Paul.pai) 사장, A영업 본부장 등이 함께 파트너 구조조정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났음에도 구조조정 성과가 없게 되자, 결국 폴파이 사장이 2021년 해임되고 떠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폴파이 사장이 물러난 뒤 지난해 10월 피터 곽대표가 아디다스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앉았다. 곽 대표는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세대 국제학 석사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 MBA 학위를 받았다.
아디다스의 경쟁사인 나이키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2009년부터는 나이키코리아의 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필립스코리아, 룰루레몬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의 대표를 맡았었다.폴파이 사장과 A본부장이 업무를 시작한 2019년부터 2022년 초까지 아디다스코리아의 영업 파트에서는 직원들의 릴레이 사퇴가 이어졌다.
전체 영업부서 직원 중에서 절반이 넘는 인원이 새 직장을 찾아 떠났다. 영업파트는 판매점을 직접 관리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회사의 판매점 구조조정이 이때부터 계획되지 않았나 생각되는 부분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톱(TOP) 지위의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가 회사의 정책만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단 1개 매장을 가진 영세한 파트너(점주)라도 공정한 기회를 주고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아디다스코리아, 판매점 파트너를 일 순간에 게임 플레이어로 격하
아디다스코리아 퇴사자 중 한 사람은 “2019년 영업 총괄 책임자 자리에 A영업본부장이 앉은 이후로 아디다스코리아 내부에서 파트너라고 부르던 판매점 점주들을 두고 ‘플레이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서로 죽이는 오징어게임도 아니고, ‘Own the game 2025’ 전략을 내세워 파트너들을 플레이어라고 부른 것은 경기를 뛰면서 불필요하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플레이어(선수)로 격하해 표현한 것으로 생각돼 씁쓸했다”고 말했다.
특히 A본부장은 높은 직급을 앞세워 60대 이상 연륜이 있는 파트너를 염두에 두고 “플레이어 교체 해야죠”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 직원들을 난처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아디다스코리아는 ‘Own the game 2025’ 전략 아래에서 파트너 축소 작업을 속전속결로 추진했다. 퓨처 파트너에서 제외돼 3년 뒤 아디다스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에 놓인 비대위 소속 파트너들은 이 같은 아디다스코리아의 갑질을 규탄하면서 현재 피터 곽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요구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아디다스코리아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벌였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아디다스코리아가 대형 법무법인의 코칭을 받으면서 판매점 축소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결국 퓨처 파트너에서 제외된 파트너들은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DTC 전략 아래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했던 나이키코리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규모의 파트너들의 매장을 줄이거나 아니면 물량을 줄이는 방법을 취해 국내의 수많은 파트너들이 곤욕을 치른 후 결국 매장 운영을 포기한 바 있다.
슈즈업계 관계자는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 레스모아는 나이키와의 제품 공급 계약 연장이 원활하지 않아 결국 지난 2020년 폐업을 결정하기도 했다”면서 “당시 레스모아 등 나이키 파트너들은 나이키의 한국 사업 번창이 파트너들의 노력없이 나이키 혼자서 이뤄낸 성과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나이키코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 해지를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일련의 사태에서 DTC 전략을 취한다고 해서 회사가 꼭 파트너들을 외면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파트너와의 상생을 꾀하면서도 충분히 직접 판매, 즉 DTC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디다스코리아가 서로 상생하는 모범적 방법을 실천하고 있던 회사였다.
‘이테일’로 불리던 온라인 판매 정책이 대표적이다. 특정 지역의 소비자가 아디다스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하게 되면, 회사는 주문한 소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파트너(점주) 매출로 잡아준다. 회사가 주문과 결재를 받고 파트너는 배송을 맡아 각각 역할을 나눠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후 판매 정산을 할 경우 회사는 일부 이테일 운영 비용을 빼고 난 뒤 나머지 금액을 파트너에게 보낸다.
아디다스코리아의 ‘이테일’은 타 브랜드들이 온라인 자사몰 매출에 대한 이익을 오롯이 회사의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과 달리 파트너들도 자사몰 매출에 따른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아디다스코리아만의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테일 전략은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가던 시기에 파트너들에게 아주 큰 위안이 됐었다.”면서 “많게는 전체 매출의 30%를 이테일을 통해서 발생시키는 파트너가 있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테일 시스템은 지난해부로 급작스레 폐지됐다. 아디다스코리아는 현재 온라인 판매에 따른 이익 전체를 회사가 가져가고 있다.
◇ 비대위 활동 본격화하면 아디다스 이미지 타격 불가피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DTC 방식은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오랫동안 의존해 온 파트너들을 소외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는 시간을 갖고, 상생을 위한 다각도의 고민과 노력을 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이들을 위한 안정적 정책을 마련하는 등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다”면서 “앞서 나이키코리아처럼, 아디다스코리아 역시 무리하게 일방적 회사 중심의 DTC 전략을 실행하면 파트너들의 피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절망감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파트너들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대위가 활동을 본격화하면 아디다스코리아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정치권과 미디어가 이슈를 확산하고,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디다스 제품에 지갑을 여는 주요 소비자가 MZ세대라는 점에서 리스크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소비는 단순한 물건 구매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소비자들이 제품과 기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듯이 아디다스가 파트너(점주)와의 상생을 외면하는 불공적인 기업 이미지가 각인되면 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납품 갈등, 파트너와의 불공정 등이 심각했던 나이키코리아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 나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아디다스코리아는 같은 길을 가지 않고 회사와 파트너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 한국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아디다스코리아가 글로벌 기업의 지사 중 하나라지만 본사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게 최선은 아니다.
다국적 기업이 한 나라에서 수익을 창출 했으면 그 만큼 해당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공헌도 필요하다. 글로벌 본사 주주 이익만 중요 한 게 아니라 한국에서의 지속 운영을 위한 윤리 경영, 공정과 상식에 맞는 올바른 파트너십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