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의 앵커 테넌트로 평가받는 파워 브랜드들이 엔데믹 시점에 맞춰 추가 출점을 확정했다. 서울 지역에는 나이키·애플스토어·무신사스탠다드·ABC마트·에이랜드가 신규 출점하고, H&M은 지방의 주요 도시에 추가 출점을 확정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글로벌 나이키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의 일환으로 각 나라의 키(Key) 시티(City)에만 오프라인 매장을 출점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나이키가 정한 우리나라의 키 시티는 서울이다. 따라서 나이키는 서울과 주변 수도권에만 신규 매장을 출점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최근 나이키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의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에 추가출점을 확정했다. 그간 커먼그라운드 인근에 나이키 매장이 있어 입점이 불가했다. 하지만 최근에 해당 매장이 철수하면서 발생한 매장 오픈 티오가 커먼그라운드에 배정이 되면서 오픈이 확정된 것이다.

나이키는 커먼그라운드의 자체 PB 편집숍이 있던 SM동의 1~2층에 250평 규모로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SM 동에는 지난해 7월경 슈즈 멀티숍 풋락커가 150평 규모로 먼저 입점했다.
커먼그라운드는 나이키가 입점하게 되면서 스포츠와 슈즈 중심의 브랜드로 구성된 유통시설로 특화시킨다는 목표에 한층 다가가게 됐다. 앞으로 커먼그라운드는 신발관련 페스티발을 계획하는 등 신발 브랜드의 성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애플스토어도 매장 추가를 확정했다. 현재 서울 가로수길과 여의도 IFC몰, 서울 명동 등 세 곳에만 직영 매장을 두고 있는 애플스토어는 지난 4월 초 서울 명동 매장 오픈에 이어 최근에 강남역 대로변 건물에 추가 입점을 확정했다. 서울 명동은 롯데백화점 맞은편 신축 건물에 입점하고, 강남역 대로변 건물은 신논현역 5번 출구 앞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가 있던 곳이다.
비제바노 건물로 알려진 이곳은 금강제화를 전개하는 금강의 김성환 회장의 장남 김정훈 부사장이 소유하고 있다. 이곳은 김정훈 부사장이 운영하는 애플전문점 ‘프리스비’ 매장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프리스비 매장과 언더아머 매장이 나눠 쓰던 공간을 애플스토어 직영점이 모두 사용하게 된 것이다.
과거 프리스비는 이곳에서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정훈 부사장이 애플전문점 프리스비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맺어진 애플과의 관계로 인해 자신의 건물에 애플스토어를 유치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비제바노 건물은 애플스토어 매장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애플스토어는 건물 구조와 인테리어의 기준이 워낙 까다롭기로 유명해 매장 오픈은 올해 하반기쯤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역 대로변에 인기 높은 또 하나의 대형 브랜드가 들어선다. 바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분야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무신사의 PB 브랜드인 무신사스탠다드 2호점이 강남역 상권에 진출하는 것이다.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는 비제바노 건물의 맞은편 쪽에 있는 빌딩의 지하 1층과 1층으로 된 공간이다. 신논현역에 위치한 교보빌딩에서 대로변을 따라 강남역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바디숍 매장이 나온다. 바디숍 매장 직전에 현재 비어 있는 매장으로 이곳은 이전에 파리바게뜨 매장으로 사용했었다. 이곳 무신사스탠다드 매장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2개층에 500평 규모다. 서울 홍대 1호점 300평 규모보다 대폭 확대됐다. 무신사스탠다드는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오는 6월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무신사스탠다드는 전체 연간 매출이 2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매출이 대부분으로 오프라인 매출은 현재 홍대점이 유일한데 월 5~6억원대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무신사스탠다드는 무신사 PB 브랜드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따라서 서울은 물론 지방의 주요 상권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 성수동에 무신사 사옥이 신축 중에 있다. 무신사스탠다드는 이곳 1층에도 150평 규모로 강남역 대로변에 이어 추가 입점을 확정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H&M도 요즘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룹 있지(ITZY)가 매장에 방문하는 등 그간 하지 않았던 셀럽 마케팅을 펼치는가 하면 100세인 패션 아이콘 아이리스아펠을 새 모델로 기용해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신규 매장 오픈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이다. H&M은 광양 LF스퀘어에 신규 출점을 확정했고, 제주시 연동에 들어서는 컴팩트한 신규 쇼핑몰인 나인몰에도 입점을 확정했다.
광양 엘에프스퀘어는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앵커 테넌트가 다수 포진돼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나이키, 아디다스, 스파오, 미쏘, 유니클로, ABC마트는 물론 현대백화점그룹을 벗어나 타사의 쇼핑시설에 유일하게 입점한 한섬 종합관과 신세계그룹을 벗어나 문을 연 신세계팩토리아울렛이 이곳 광양 엘에프스퀘어에 모두 입점해 있다.

H&M은 이곳에 오는 6월경 오픈 예정이다. 제주시 나인몰에는 1층에 360평 규모로 입점한다. 롯데시네마를 앵커 테넌트로 구성하고, 국내 SPA브랜드와 다수의 F&B가 함께 들어선다. 제주시 나인몰 매장은 오는 8월경 오픈 예정이다.
ABC마트도 서울 명동에 추가 출점한다. 현재 서울 명동에 3개점을 운영하고 있는 ABC마트는 눈스퀘어 맞은편 건물에 신규 출점을 확정했다. 공사 기간 8개월 정도가 예상돼 빠르면 올해 연말, 아니면 내년 초에 오픈 예정이다. 기존 서울 명동 중앙로점 ABC마트는 증축이 이뤄진다. 바로 옆 코스메틱 매장이 있던 건물을 매입해 신축하고, 기존 중앙로점과 합필을 추진한다.
그러면 기존 층당 70평 매장이던 중앙로점은 100평 매장으로 대폭 넓어지게 된다. 이에 ABC마트의 서울 명동 중앙로점은 넓은 동선이 확보되고, 상품 진열도 원활하게 돼 기존 공간만을 활용했을 때보다 매출은 더 상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서울 명동에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신규 진출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신진디자이너 패션 편집숍 에이랜드이다. 에이랜드는 2006년에 브랜드 탄생과 함께 첫 매장을 연 곳이 바로 서울 명동 상권이다. 지난 2020년 4월에 임대차 계약 만료로 철수한 에이랜드가 다시금 서울 명동에 입성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에이랜드가 이번에 계약한 매장은 서울 명동 중앙로의 핵심 위치에 자리한 아디다스 매장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규모에 평수는 400평 크기의 대형 매장이다. 에이랜드는 이곳을 새로운 매뉴얼로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적용한 뒤 5월에 그랜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 있던 아디다스는 서울 명동에 또 다른 매장을 확보해 오픈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대형 브랜드들이 엔데믹 시기와 맞물려 추가 출점을 단행해 점차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온라인에 지친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쇼핑하고, 즐기는 니즈가 커지면서 당분간 오프라인 유통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