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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도 백기 든 ‘새벽배송의 저주’, 컬리·쓱은 괜찮나

고비용·성장 불안에 유통업계 새벽배송 줄줄이 철수

롯데온이 지난 4월 18일부로 새벽배송을 종료했다. 2020년 5월 롯데마트몰을 통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지 2년만이다. 롯데홈쇼핑의 새벽배송인 ‘새롯배송’도 종료된다.

롯데마트몰은 이커머스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새벽에 온(ON)’이라는 이름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간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부산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결국 접었다. 롯데온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주문 후 2시간 내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벽배송을 종료한 기업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브랜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자회사 헬로네이처 역시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헬로네이처는 2012년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산지와 소비자 간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런칭한 스타트업이었는데, SK플래닛에 인수됐다가 BGF리테일이 다시 가져왔다.

다양한 업체가 새벽배송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BGF네트웍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헬로네이처가 주력하던 새벽배송 사업을 종료하고 기존 역량들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싱 및 공급, 차별화 상품 개발, 온라인 채널 제휴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새벽배송 특성상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시장 전망까지 어두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BGF는 헬로네이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해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미래 전략을 세웠다.

불과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새벽배송은 이커머스 업계의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었다. ‘배송시간 단축’이 이커머스 업체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팬데믹이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는 기존의 소비 형태를 송두리째 바꿔 놨다. 감염 우려로 마트나 슈퍼마켓·시장 등을 직접 장보러 가는 사례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 롯데가 철수를 결정할 만큼 치열한 경쟁 벌이는 새벽배송 시장

롯데온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 클릭 몇 번으로 상품을 원하는 장소에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굳이 직접 물건을 보거나 만지지 않아도 빠르게 구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주문한 식료품을 다음날 아침 식사에 바로 내놓을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특히 더 각광을 받았다. 대형 유통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이유다.

 

업계는 2018년 1조원을 밑돌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올해는 9조원, 오는 2023년에는 11조 9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여러 기업이 난립하면서 신선식품뿐 아니라 여러 제품으로 카테고리가 확장되고, 차별화한 서비스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롯데와 BGF가 발을 빼면서 성장가도를 달릴 것 같던 새벽배송 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철수를 선언한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갈수록 치솟는 인건비 역시 서비스를 지속하기 힘든 요인으로 꼽힌다.

상품을 분류·포장하는 작업부터 새벽배송까지 ‘시간 외 수당’이 붙어 통상 인건비가 1.5~2배 정도 더 들어간다. 배송 수요가 늘수록 인력난이 가중돼 배송기사 인건비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운송업자들의 영업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새벽배송인 ‘새롯배송’이 종료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새벽배송시장에 해당하는 유통 업체들은 기존 점포를 활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물류센터를 설립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에 매장을 가진 오프라인 유통업체라고 해도 매장 영업시간 외에는 해당 매장을 활용해 배송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당한 역량의 기술력도 필요하다. 고객의 당일 주문량을 예측해 필요한 재고를 직접 운영하는 창고에 쌓아놔야 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물류 기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고급 개발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은 차별화포인트도 내세워야 했다. 이제 이커머스를 쓰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객은 새벽배송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좋은 상품을 내세우는 것처럼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상품기획력(MD) 역시 끌어올려야 했다.

단골 중심의 오프라인 맛집 상품에 대한 배송 수요가 늘면서 전국의 숨겨진 맛집을 발굴해 온라인 판매를 진행할 경우 상품 기획부터 생산 관리, 제품 패키지, 배송 품질관리까지 맡는 등 밀착 관리 업무가 추가된다. 여기에 거래액을 높이기 위해 각종 할인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면서 유통 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새벽배송이라는 사업 모델 자체가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 쿠팡,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함께 최대 적자 발생

쿠팡의 적자 폭은 매년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을 전개하는 기업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쿠팡의 실적을 보면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쿠팡은 지난해 22조원 넘는 매출과 함께 2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창사 이래 최대지만, 적자 역시 마찬가지로 최대를 기록했다.

그간 ‘계획된 적자’라면서 마이너스 실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형확장에 힘썼던 쿠팡은 최근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무조건 환불’ 정책을 중단하고, 와우 멤버십 요금(월 2900원→4990원)과 쿠팡이츠 수수료를 전격 인상한 것이 대표 사례다. PB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이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다. 쿠팡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가 15달러까지 밀리고는, 한 달 넘게 20달러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지난 3월 11일 시초가 63.50달러, 한때 69달러까지 오른 것에 비하면 3분의 1토막 밑으로 하락한 것이다. 지금은 상장 당시 공모가인 35달러도 꽤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새벽배송의 시초 기업이자 대중화를 꾀했던 마켓컬리 역시 쿠팡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1조56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4%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
데 영업손실 역시 2177억원으로 전년 1163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 2224억원에서 지난해 1조2903억원으로 6배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인지 올해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했던 상장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컬리는 뒤늦게 3월에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한 스타트업이다

방식은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활용한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이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적자가 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컬리는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5000억원에 달해 원래 기준대로면 상장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특례 요건을 신설하면서 가능해졌다. 업계는 컬리가 지난해 말부터 상장을 준비한 만큼 이르면 오는 6~7월 거래소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컬리의 기업공개가 흥행할지를 두고는 여러 말이 오간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최소 4조원에서 최대 6조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만하더라도 몸값이 최대 8조원까지 치솟을 거란 전망이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전망치가 상당히 낮아졌다.

◇ 기업가치 눈높이 낮아진 컬리, IPO 흥행 성공할까

BGF가 운영하는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한다.

컬리의 IPO 흥행을 방해하는 리스크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지분의 상당 부분이 외국계 자본인 점이 걸림돌이다. 컬리는 ‘시리즈F’까지 투지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희석된 반면 외부 투자자 지분은 대거 확대됐다.

김슬아 대표이사의 회사 지분은 5.75%에 불과하다. 컬리의 최대주주는 외국계 자본인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다. 지분율이 12.87%로 김 대표의 2배가 넘는다. 지분율이 11.89%로 두번째로 많은 힐하우스캐피탈 역시 중국 투자회사다.

3대 주주 또한 러시아계 VC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글로벌이다. 아울러 홍콩계인 아스펙스 캐피탈과 미국계 오일러 캐피탈 등도 김 대표 지분율을 앞서는 주주 명단에 올라가 있다. 이들이 컬리에 지분을 투자한 이유가 매각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 이후 엑시트(자금 회수)가 우려되고 있다. 컬리의 적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FI들의 이탈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마켓컬리가 매년 2배 이상 늘어나는 적자구조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신선식품에 특화된 사업 특성상 매출이 늘수록 인건비와 운반비, 포장비 등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품이 상할 경우 손실도 부담해야 한다. 최근엔 대규모 경력 개발자 채용에 나섰는데,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시 분위기가 나쁜 것도 컬리의 IPO 흥행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전쟁 불안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 압박 속에서 코스피가 3개월째 2600~2700선의 ‘박스피’에 갇혔다. 올해 들어 12조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투자자의 거센 매도세 속에 연초 3000선을 넘봤던 증시는 1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컬리는 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면서 흥행이 확실시됐는데, 지금 분위기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컬리의 비교 대상인 쿠팡의 신통치 않은 주가 흐름과 엔데믹 전환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보내는 시선이 많아졌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 SSG, 적자 규모 커져 IPO 후 안착에 의문

SSG닷컴은 새벽배송을 권역을 차근차근 늘리고 있다.

컬리가 흥행에 실패하면 후발주자인 SSG닷컴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이 회사는 2019년 처음으로 새벽배송 서비스 시작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배송권역과 물량을 계속해서 확대해 왔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모기업 이마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SG닷컴은 신선식품 분야에서 뚜렷한 강점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거래액 규모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 2조8732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은 지난해 5조 7174억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성장했다. 목표 거래액인 4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SSG닷컴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상장 시기는 먹구름 속이다. 기업가치만 10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는데, 컬리가 시장의 신통치 않은 평가를 받게 되면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SSG닷컴 역시 2020년 469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가 2021년 1079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수익성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이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컬리와 SSG닷컴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오아시스마켓은 막대한 투자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대신 점진적인 성장을 꾀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고액의 광고료를 지급하는 인기 스타를 모델로 투입해 광고에 나서는 대신 쿠폰 마케팅을 통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차근차근 키워 왔다.

증권업계 따르면 IPO를 노리는 오아시스마켓 몸값은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컬리와 SSG 닷컴과 비교해 높지 않다. 이 회사는 ‘한살림’ ‘초록마을’과 같은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파는 오프라인 유통체인 ‘우리생협’이 IT 회사인 지어소프트와 함께 만든 회사다.

◇ 예전만 못한 이커머스 성장 전망, 새벽배송 포기하나
무엇보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 확장을 꾀하려는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정해진 파이를 나눠 먹는 ‘제로섬’ 게임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그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큰 성장을 이뤘다. ‘집콕’ 트렌드 확산으로 이커머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경제 활동 재개와 오프라인 활동의 증가로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업자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성장세가 좋다 보니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너도나도 쓰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그간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통시장 내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기저효과에 따라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률을 9~13% 수준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선 미래 이익만 생각하며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수하긴 어렵다. 쿠팡의 경우 전국각 지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데만 수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직도 투자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건 언제까지나 적자만 계속 볼 수는 없다는 걸 의미한다. 새벽배송을 실시 중인 이커머스 업체 간의 ‘치킨게임’에도 언젠간 끝이 올 것이란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새벽배송 서비스의 변수가 되고 있다”면서 “성장 뒤에 숨겨진 재무적인 어려움이 언젠가 이들 업체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을 통한 배송시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게 어려운 데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수익성 확보도 어려워졌다”면서 “지금 경쟁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판단으로 더 많은 업체가 새벽배송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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