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로 떠오르는 신상 핫플레이스는 단연 도산공원이다. 도산공원에서 카페거리로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특색있고 예쁜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푸른색 타일 위를 가득 메운 담쟁이 넝쿨이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웨이팅 명단에 이름을 올리길 추천한다. 이곳이 바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도산공원 맛집 ‘호족반’이니 말이다.

역시 도산공원 ‘핫플레이스’다웠다. 1시간 웨이팅은 기본인 이곳은 외관부터 실내 장식, 그릇, 집기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모든 게 완벽했다. 기다리는 이들도 지루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면서 저마다 인증샷을 남기기 바쁘다. 대기하는 동안 근처 옷가게를 구경하는데 담당 직원이 “손님도 호족반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 “이 근처 지나시는 분들 보면 거의 다 호족반 오신 분들이더라고요”라며 웃어넘긴다.

그 사이 우리 이름이 호명됐고, 자리에 앉아 주변 테이블을 보는 순간 ‘여기 있는 메뉴 다 먹어 보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강렬하게 솟구쳤다. 우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족반의 시그니처 메뉴인 NY 양념갈비와 한우 육회 비빔밥, 트러플 감자전, ‘들기름 메밀국수’를 주문했다. 요즘 뜬다는 ‘들기름 막국수’ 맛이 가장 궁금했다.
툭툭 끊기는 식감의 쫄깃한 메밀면에 들기름과 비법 간장이 더해지니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적양파, 청양고추, 김 등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배와 파채를 곁들어 먹는 전라도식 육회비빔밥은 의외로 여성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라고.

◇ 동서양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한식의 세계화가 최종목표
다음으로 얼마 전 방송에 소개되며 화제가 된 ‘NY양념갈비’는 상다리 모양이 호랑이의 다리모양으로 된 소반(호족반) 위에 올려 그 자태부터가 남다르다. 마치 임금님 수라상을 받는 듯한 느낌의 NY양념갈비는 16시간 동안 수비드한 통갈빗대를 특제 양념에 발라 구워낸 요리로 매콤달콤한 맛이 매력인 특제 파절이와 곁들어 먹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트러플 감자전은 비주얼만 보면 수육을 튀겨낸 요리처럼 보였으나 실처럼 가늘게 채친 감자전을 진한 트러플 오일에 노릇하게 구워낸 전 요리로 트러플 마요네즈 소스에 찍어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임주엽 호족반 이사는 “모든 메뉴가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들이지만 조금씩 변주를 줬다”면서 “떡볶이와 리코타, 트러플감자전이 대표적인 예로 베이스는 한식이지만, 서양식 재료로 포인트를 줘 모던 서양 한식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전했다.
“최근 한식 브랜드들이 뉴욕에서 선전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역수출할 수 있는 서양 한식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호족반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시작은 ‘호족반’이라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품인 소반에서 비롯됐으며, 好(좋을 호) 族(겨레 족) 飯(밥 반), 즉 ‘훌륭한 민족의 밥’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더해 어디에 내놓아도 선전할 수 있는 그런 한식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족반은 도산공원 앞 압구정 카페골목에 위치해 있으며, 예약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웨이팅은 감수해야 하지만, 음식 맛을 보고 나면 그 기다림마저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