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벌써 반절이나 흘렀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의 흐름은 상당히 좋았다. 올해 초부터 한해의 절반인 6월 15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6.64%의 상승률을 보였다. 2236.40으로 올해 첫 거래일 장을 시작했는데 2608.54에서 마감했다.
지난 6월 2일 코스피지수는 약 1년 만에 종가 기준 2600선으로 올라선 이후 상승흐름을 지속했다. 코스피 강세를 이끈 건 반도체 관련주였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발표를 기점으로 국내 증시에 투자자금이 몰려들었다. 삼성전자 주가의 올해 상반기 상승률 29.29%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의 질주는 훨씬 더 극적이었다. 무려 29.26%(679.29→878.04)나 올랐다. 코스닥 강세는 2차전지 업종인 ‘에코프로 투자 열풍’이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에코프로 주가는 589.32%나 올랐고, 에코프로비엠 180.67%, 에코프로에이치엔 47.52% 상승했다. 이 세 종목의 주가가 폭발하면서 코스닥 전체를 견인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애당초 증권가와 재계는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이렇게 선방할 거라곤 전망하지 못했다. 지난해 증시 상황이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삼천피(코스피 3000선)’로 화려하게 출발한 코스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전 세계 중앙은행 긴축 등 겹겹이 쌓인 악재 속에 2022년 한해 동안 25% 급락하며 2200대로 마무리 지었다.
기업들 실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622개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18조84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68%(25조6779억원) 감소했다. 상장사 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50% 이상 감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부정적인 환경에서도 지수가 상승한 건 외국인 투자자 덕분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초부터 6월 15일까지 총 11조9997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4조7660억원어치를 내다팔고, 기관투자자도 6조원이 넘는 돈을 순매도했는데 외국인은 거침없이 베팅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는점을 외국인 유입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하반기 국내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는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적장세에 따른 증시 상승세에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주식시장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변수인 미국의 긴축 정책이 끝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 6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리고 15개월 만에 멈춘 것.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나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의 상승률이 완만해진 것이 금리 동결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재차 금리인상을 시사하긴 했지만 미국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를줬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개선과 내년 경기 개선으로 하반기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상승장 속 백화점ㆍ편의점 등 유통주는 소외

기록했다
증시가 상승장으로 돌아서면서 투자 열기도 다시 뜨거워졌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은 쏠쏠한 수익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유통 관련 업종에 투자한 이들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런 상승장에 국내 유통관련 종목은 소외됐기 때문이다.
테넌트뉴스가 유통과 식품, 패션, 화장품 등 주요 리테일 상장사 49개사의 올해 주가 등락률(1월 2일~6월 15일)을 조사했다. 그 결과, 49개 회사 중 39개 회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49개 상장사의 평균 주가 등락률도 -6.18%에 불과했다.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한 코스피·코스닥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익률이었다. 대체 유통업종 주가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업종별로 하나씩 따져보자.
국내 ‘3대 백화점’을 영위하는 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올해 들어 줄줄이 주가가 두자릿수 넘게 하락했다. 3사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14.26%였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의류·화장품 소비가 급증하고, 명품 매출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기록적인 매출을 냈음에도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업계 맏형격인 롯데쇼핑의 주가는 올해 초 9만1000원이던 주가가 7만9800원으로 -12.31% 하락했다. 실적이 나쁜 건 아니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5616억원, 영업이익 11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63.7%나 증가했다. 하지만 하락 요인도 발생했다.
리테일 산업의 미래로 꼽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2021년 거금을 들여 인수한 한샘은 지난해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후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봤다. 여기에 최근 그룹의 캐시카우로 불리는 롯데 케미칼의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롯데지주,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등의 신용등급이 무더기 하향된 것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역시 함께 하락했다.
동종 업계 신세계의 주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주당 주가 22만원에 장을 출발했는데, 6월 15일엔 18만4300원에 마감했다. 그사이 -16.23% 주가 등락률을 기록하면서 백화점 3사 중 가장 부진했다. 52주 신저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신세계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건 지난해에 비해 실적 성장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올 1분기 매출 1조 5634억원, 영업이익은 15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6.8% 감소한 수치다. 더구나 신세계는 지난 6월 8일 이커머스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쿠팡, 네이버에 반격하기 위해 새롭게 선보인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공개했음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진 못했다. 이 멤버십은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지마켓·SSG닷컴·스타벅스·백화점·면세점 6개사 페이백과 할인 등을 제공하는데도 연회비가 3만원에 불과한 파격적인 서비스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주가 역시 이 기간 14.24%(5만9000원→5만600원) 하락했다. 하락 이유는 신세계와 비슷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했다. 매출은 1조977억원으로 17.5% 증가하긴 했는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리빙 사업 매출 5조원’을 목표로 거금을 들여 인수한 지누스가 기대만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 업체 지누스 인수에 약 9000억원을 쏟았는데, 글로벌 경기 침체에 원자재·물류 가격 상승이 겹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12%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만 영업이익이 무려 71% 쪼그라들었다.
지누스는 주력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위기를 겪었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고객사는 지누스로부터 매트리스를 직접 구매해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데, 매트리스 수요가 줄어들어 재고가 늘어나자 지누스 매트리스의 발주를 줄이거나 중단했다. 지누스의 부진은 현대백화점 자체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현대백화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대표적인 이유로 지누스의 부진을 꼽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마다 주가 부진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론 소비 둔화 영향이 제일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인플레이션 국면에 국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증시에서 유통주가 줄줄이 신저가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특히 롯데·현대·신세계는 내수 의존도가 매우 높아 주식시장에서 가계 사정 악화와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이 아닌 다른 유통채널 역시 이런 부진 흐름에 동참했다. 이마트(-17.35%)와 GS리테일(-15.45%), BGF리테일(-9.55%), 호텔신라(-13.36%)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올해 상반기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마트의 주가 역시 연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9만8000원에 올해 첫 거래를 시작했는데, 6월 15일엔 8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2월 21일 11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8만원대를 지켜내는 것도 힘든 실정이다. 이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때문이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전년동기 대비 약 60.4% 줄어든 1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온라인 사업의 적자를 개선해 나가곤 있지만, 경기 둔화로 주요 사업인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매출이 꺾인 게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3% 하락한 205억원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대장주 GS리테일의 주가 상황도 위태롭다.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GS리테일 연결 기준 매출은 2조7002억원, 영업이익은 4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109.4% 증가한 규모였다.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은 본업인 편의점의 부진을 더 눈여겨봤다. GS리테일의 편의점 영업이익이 227억원으로 33.2%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BGF리테일 주가 하락 폭은 -9.55%로, 경쟁사인 GS리테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감소하면서 주가가 반등하는데 까진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중국인 단체 관광이 아직 허용되지 않으면서 주가 흐름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더구나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란 발언이 논란되면서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또 올해 예상보다 중국 경기 회복이 더딘 것도 호텔신라 주가에 부담을 줬다.
◇ 식품 상장사 10개 중 9개 ‘하락’

국내 주요 식품 상장사 10개의 올해 상반기 평균 주가 등락률은 -7.68%였다. 농심을 제외하곤 나머지 9개사의 주가가 올해 초 주가보다 하락했다. 가장 하락률이 두드러진 기업은 롯데칠성이었다. 올해 초 17만6000원에서 6월 15일엔 13만7700원으로 -21.76% 하락했다.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한 국내 음료시장에선 고성장을 달성했지만, 맥주와 소주 등 주류 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다. 롯데칠성 주류부문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9% 감소한 175억원으로 집계됐다. ‘별빛청하’ ‘처음처럼 새로’ 등의 신제품을 내놓고 대규모 마케팅을 벌였음에도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앞서 롯데쇼핑이 그랬던 것처럼 롯데그룹의 유동성 리스크 영향 때문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기도 했다.
롯데칠성 다음으로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건 CJ제일제당이었다. CJ제일제당 주가는 올해 초 38만500원이었는데, 현재는 31만원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이 회사는 식품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식품사업매출액은 2조7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가 뚝 떨어졌다.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으로 탄생한 롯데웰푸드 역시 주가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연초 12만2500원이던 주가가 10만97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락률은 -10.45%였다. 합병 시너지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적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롯데웰푸드의 제과 사업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7.7%, 해외 사업은 89억원으로 전년 대비 74.8% 증가하면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식품 사업이 29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이처럼 롯데그룹의 주요 유통 상장사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하락하면서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요 CEO에게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 지표는 시가총액”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했던 게 무색해졌다.
롯데칠성의 주류업계 맞수인 하이트진로의 상황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2만5550원에서 2만2150원으로 주가가 13.31%나 꺾였다. 이 밖에도 대상(2만1900원→1만9150원,-12.56%), 매일유업(5만2800원→4만6350원, -12.22) 등이 두 자릿수가 넘는 주가 하락률을 보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식품기업들이 축산물, 원유, 유제품 등 원재료 비용 부담이 이어지면서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낸 데다 소비 위축전망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약세에 빠지게 됐다”면서 “여기에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식품 관련 안전 위험까지 커지면서 한동안 식품산업 경기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식품 상장사의 주가가 부진할 때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 종목이 있다. 바로 농심이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22.55%(35만 7000원→43만7500원)나 상승했다. 물과 팜유 등 농심이 생산하는 라면의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을 올렸음에도 주가가 우상향한 건 해외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농심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해 85.8%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만 1647억원의 매출을 올린 미국 법인이 성장을 이끌었다.
◇ 희비 엇갈린 패션 상장사들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백화점과 유통, 식품업종과 달리 주요 패션 상장사들의 주가 흐름은 희비가 엇갈렸다. 23개 상장사 중 12개 회사가 올해 초보다 주가가 꺾였다. 나머지 11개 회사는 올해 초와 비슷했거나 상승했다.
주가 흐름이 가장 부진했던 상장사는 F&F홀딩스였다. 2023년 3만450원에 출발한 주가가 6월 15일엔 1만9920원에 마감했다. 3만원대이던 주당 주가가 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주가 수익률은 -34.58%로 형편없었다.
MLB, 디스커버리 등을 주력 브랜드로 내세우는 F&F홀딩스가 장사를 못한 건 아니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이 회사의 주력 시장은 중국인데, 지난해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대책을 뚫고 호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한중 외교 관계가 얼어붙은 점이 주가 흐름을 주춤하게 했다. 중국 경기의 회복, 연내 한중 항공 노선 확대 등으로 중국 소비 관련주에 기대가 몰리고 있던 상황에 외교 관계의 어려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하락 압력을 받았다.

신세계그룹의 패션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주가가 주저앉았다. 올해 초 2만4750원이던 주가가 1만7670원으로 6개월 새 28.61% 하락했다. 실적이 전년 대비 급감한 탓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122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영업이익은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69.0%나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해외패션 브랜드 계약 종료에 따른 여파가 컸다. 올해부터 셀린느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1분기 해외패션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4% 줄었다. 셀린느 매출 비중은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책임지고 있었다. 글로벌 패션그룹 온리 더 브레이브(OTB)도 올해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OTB는 디젤,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질 샌더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OTB의 주요 브랜드의 국내 판매를 진행해 왔으나, 앞으로 출점하는 신규 매장은 OTB가 직접 관리한다. 주력 브랜드와의 계약을 해지한 가운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마땅한 실적 반등 요소를 찾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심도 빠르게 식었다.

캉골과 캉골 키즈, 헬렌 카민스키 등을 갖춘 의류기업 에스제이그룹의 주가도 부진했다. 올해 들어 23.23%(1만6400원→1만2590원)나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15.7% 증가하면서 외형성장엔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0.8%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로 주가가 부진한 건 더네이쳐홀딩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6%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7.1% 감소했다. 마크곤잘레스 등 신규 브랜드 런칭을 위한 일회성 비용과 광고선전비, 인력 충원 및 급여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 때문인지 올해 들어 주가가 20.19%(3만1950원→2만5500원)나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8.2% 감소한 현대백화점 그룹의 패션계열사 한섬 역시 두 자릿수 넘는 주가 하락률(13.12%)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화승엔터프라이즈(-19.83%), F&F(-9.62%), 크리스에프앤씨(-8.35%), 신원(-6.41%) 등도 상승장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올해 꽤 쏠쏠한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패션상장사도 있었다.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주가는 5530원에 올해 장을 출발했는데, 6월 15일엔 7630원에 마감했다. 수익률을 따지면 37.97%로 고공행진했다.
올해 들어 점포 구조조정 등을 통한 체질개선 작업 효과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미국 시장 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렸다. 특히 까스텔바작은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격하게 올랐다. 미국 연방정부 조달 물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인수 협상에들어갔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중화권 시장 진출 소식이 알려진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과 수영복 수요가 늘어난 배럴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올해 들어 주가가 21.59% 상승했고, 배럴은 16.86% 올랐다. 특히 배럴은 지난해 1분기 29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을 올해 1분기 84억원까지 3배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패션주 대표 종목인 휠라홀딩스의 주가 상승률(14.74%)도 눈에 띈다. 최근 휠라홀딩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10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한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휠라의 브랜드력이 견조하게 유지되는 중”이라며 “중국 618 쇼핑 시즌의 사전 예약 판매 실적에서 휠라가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글로벌 1위 브랜드인 나이키의 판매 실적과 유사하고 3위인 룰루레몬과는 격차가 컸다”고 설명했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장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경제사절단에 동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테마주로 묶인 제이에스티나의 주가 상승률(15.01%)도 두 자릿수를 넘었다. 이 밖에도 영원무역(10.54%)과 한세실업(6.49%) LF(3.27) 등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패션주 사이에서 주가가 반등했다.

◇ 중국서 자리 뺏긴 K뷰티주의 추락
K뷰티가 중국 시장에서 힘을 잃어 화장품 관련주의 주가는 예상대로 나빴다. 9개 상장사 중 7개 회사의 주가가 올해 들어 하락했고, 이들의 평균 주가 등락률도 -8.66%에 그쳤다. 로레알·에스티로더그룹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공격 영업에 나서면서 한국 화장품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변심에 실적 직격탄을 맞은 국내 뷰티 기업들은 일본과 북미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뚜렷한 반등 요소를 만들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가 부진이 가장 심각했던 기업은 뷰티 대장주 LG생활건강이었다. 올해 초 72만2000원이던 주가가 50만8000원 대로 주가의 앞자릿 수를 두 번이나 바꿨다. 이제 주가는 50만원도 위태위태하다. 등락률은 -29.64%로 곤두박질쳤다. LG생활건강은 후(后) 등의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쏠쏠하게 챙겼었지만 이제는 고가 화장품 판매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이 14.1%나 감소했다.
또다른 K뷰티 대형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수익률도 신통치 않았다. 13만7500원에 올해 첫 거래를 시작했는데 6월 15일엔 10만3300원에 마감했다. 초반엔 리오프닝 기대감에 흐름이 나쁘지 않았는데, 지난 4월 14만원 선이 무너진 후 최근 들어선 10~11만원대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인 아모레G의 주가도 같은 기간 -20.63%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3% 감소했다.
전망도 어둡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하향하면서 “따이공(보따리상) 비중 축소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면세점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도리어 반등한 뷰티주도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초 8만9100원이던 주가를 6월 15일엔 15만원까지 끌어올렸다. 상승률은 20.24%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코스맥스가 증권사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낸 덕분이다. 코스맥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38억으로 시장 전망치(122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 시장 부진 여파에도 내수시장 매출이 크게 성장하면서 실적을 개선했다.
◇ 하반기에도 반등 어려운 리테일 종목들
국내 리테일 관련 종목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유통주는 전반적으로 중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데, 얼어붙은 한국 외교 관계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가 덮치면서 경제 성장률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거란 전망도 우리 유통기업들엔 악재다.
내수 시장에서 반등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하고 있는 점은 호재지만 지난 5년간 급격히 오른 물가에 서민 살림은 팍팍해졌다. 시중금리마저 폭등하면서 더해진 대출 이자 부담에 가처분 소득은 더욱 줄어들었다.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단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2% 줄어 4월(-0.8%)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이 2개월 이상 연속 줄어든 건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1월~2021년 1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소비의 또 다른 척도인 ‘카드 국내승인액’지표도 좋지 않다.
5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 동월대비 3.9% 증가하는데 그쳐 이 역시 2021년 1월(-2.0%)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카드 국내승인액은 지난 3월 전년 대비 9.0% 증가한 이후 4월(5.6%)에 이어 5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
주가는 실적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마련인데, 국민들이 지갑을 닫으면 이들 기업의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턴 외형 성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주가 반등 모멘텀도 부족한 상황이다. 하락한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경기 침체 전망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유통업종에 대해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